자폐 환자 불안·공포 뇌 회로 비밀 풀었다

KAIST, 자폐환자 PTSD 치료 가능성 제시

2025-09-18     윤경식 기자
기저편도체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에 의해 조절되는 공포 기억의 소거 및 장기 공포 반응 설명 이미지.IBS 제공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자폐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PTSD)의 기전을 규명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자폐 환자에게 동반되는 불안과 공포 장애의 기전을 세포, 시냅스, 뇌회로 수준으로 밝혀냈다고 17일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발달 장애의 하나로 사회성 저하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반복적 행동 등의 주된 증상 외에도 불안과 공포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이 동반된다.

일부 환자는 작은 환경 변화나 일상적 스트레스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PTSD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구체적인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자폐와 PTSD 증상의 기전을 이해하기 위해 뇌 발달과 시냅스 가소성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인 NMDA 수용체(NMDAR)에 주목했다.

수용체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GluN2B 단백질은 발달 초기 뇌 회로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GluN2B 유전자의 변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뇌·정신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실제 자폐 환자에게서 발견된 GluN2B 유전자의 C456Y 변이를 가진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위협적 상황을 겪은 뒤 공포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하고 과도한 공포, 불안 반응 등 PTSD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변이 생쥐의 기저편도체가 트라우마 이후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내고 전기생리학 분석에서 이 부위의 흥분성 신경세포가 장기간 억제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기저편도체의 흥분성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자 억제돼 있던 신경전달과 흥분성이 정상화돼 기저편도체의 비활성화가 공포기억의 소거 장애와 장기적 공포 반응의 핵심 원인임을 시사했다.

김은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자폐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PTSD 유사 증상의 원인이 기저편도체에 있는 흥분성 신경세포의 장기 억제에 있음을 세포, 시냅스, 뇌 회로 수준에서 최초로 규명한 성과”라며 “기저편도체의 활성이 향후 자폐 환자의 PTSD 관련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경식 기자 ksyoon110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