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평] 아동과 육아에 조금 더 관대한 사회가 되길
송오영 국가인권위 대전인권사무소장
2025-09-11 충청투데이
KTX, ITX와 같은 열차에 유아동반석 칸이 있다. 유아동반석 도입 취지는 열차 내에서 아동들이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가더라도 이해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유아동반석 칸을 이용한 성인들의 불만 글이 올라오곤 한다. 자신은 조용히 쉬면서 가고 싶고 같은 돈을 내고 예매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소음을 참을 의무까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아동의 보호자에게 기차를 타지 말고 개인차를 끌고 다니라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한다.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선을 돌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나 멀티구장을 살펴보자. ‘공놀이 금지’, ‘x시 이후 출입금지’와 같은 경고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아동들이 뛰어놀기 위해 만들어진 곳인데, 놀이터가 가까운 동에서의 민원 발생을 이유로 아동들이 노는 것을 제한한다. 노키즈(No-kids) 영업장 문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아동의 부모에 대한 시선은 어떨까. ‘맘충’이라는 표현은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아동을 키운다는 이유로 때로는 드러나게, 때로는 드러나지 않게 차별과 혐오를 당하고 있다. 최근 한 지자체가 아이가 있는 가정은 10시에 출근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벼슬이냐, 결혼을 하지 않은 직원만 부담을 감당하라는 것이냐며 반발과 조롱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육아를 위한 단축근무를 신청하면 대놓고 못쓰게 하지는 않더라도 이들의 성과급이나 근무 성적을 깎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당사자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근무시간 내 화장실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할 일을 마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우리 사회의 출생율이 낮다고 걱정하지만, 우리 사회는 과연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일까. 어쩌면 우리 모두가 너무 엄격한 시선으로 아이와 그 부모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17년 한 방송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1위로 스웨덴이 언급된 적이 있다. 이 방송에서 한 남성은 "스웨덴 사회 전체는 가족을 위해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고, 회사를 위해 일정기간 연장근무를 제안하는 실험카메라에서 다른 남성은 연장근무를 하면 아이는 누가 돌보냐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나라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전문은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가족적 환경과 행복, 사랑 및 이해의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야 함"을 강조한다. 물론 아동이나 보호자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과 같이, 아동과 육아에 대한 시선이 조금 더 관대해지고, 아이 키우기에 좋은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