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 전광판으로 프로야구 중계…“스포츠 속 과학을 즐기다”
[충청투데이 나예원 기자] 야구를 과학관에서 본다면 어떤 풍경일까?
국립중앙과학관(이하 과학관)이 ‘과학과 야구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도전에 나섰다. 오는 13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야외 전광판에서는 한화이글스와 키움히어로즈의 프로야구 경기가 중계된다. 개관 80주년을 맞은 과학관이 시민에게 전달하는 스포츠 속 과학은 무엇인지 충청투데이가 직접 만나봤다.
행사를 총괄하는 윤대식 국립중앙과학관 전시운영정책과 연구관은 “전광판을 어떻게 활용할지 내부 논의를 거듭하다가 스포츠 과학과 연결되는 야구 중계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야구는 과학적 요소가 많아 과학관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볼, 스트라이크, 홈런 등 점수를 만들어내는 야구는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투수가 던지는 직구와 변화구는 공기역학에 따라 궤적이 달라지고, 타자의 스윙은 운동역학으로 분석된다. 경기 전략에는 세이버메트릭스 같은 통계 기법이 활용된다. 출루율(OBP), 장타율(SLG),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같은 지표는 선수 평가와 전술 운용에 쓰인다. 윤 연구관은 “작년에 스포츠 과학 특별전을 열었는데, 이런 원리를 알게 되면 경기 이해도와 재미가 함께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작년부터 KBO에 도입된 ‘ABS 존(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 역시 스포츠 속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윤 연구관은 “예전에는 심판 판정 때문에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과학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해 불필요한 오해가 줄었고 경기 시간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KBO와 협의를 거쳐 공식 중계권을 확보해 진행된다. 지난 8월 첫 시도는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폭염 속에도 수많은 시민이 몰리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윤 연구관은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왔다”며 “이번 재도전에서는 돗자리와 방석, 푸드트럭, 편의점 개방 등 편의시설을 보강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번 중계를 계기로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과학 체험을 꾸준히 제공할 계획이다. 포스트시즌 경기 중계도 검토하고 있으며, 전문가 강연과 북토크를 곁들여 야구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윤 연구관은 “과학관은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과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라며 “한화 팬과 시민들이 부담 없이 응원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시도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연구관과의 보다 자세한 인터뷰는 충청투데이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예원 기자 ywn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