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릇 작은 보령댐 ‘강릉 가뭄사태’ 남 일 아니다

극한호우에도 저수율 63.8%… 1월엔 26.6% ‘바닥’ 기후위기 시대 홍수·가뭄 대응 위한 댐 건설 필요성

2025-09-08     권혁조 기자
청양군 장평면 일원의 지천댐 건설 예정지. 사진=권혁조 기자.
청양군 장평면 일원의 지천댐 건설 예정지. 사진=권혁조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강릉지역에 최악의 가뭄 사태가 계속되면서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도내 물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내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보령댐은 댐 규모와 용량이 작아 2~3개월만 비가 오지 않으면 충남 서부권도 언제든지 이번 강릉과 같은 물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대전기상청과 금강홍수통제소 등에 따르면 지난 5~7일 사이 청양(618㎜), 서천(614㎜), 부여(235㎜) 등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 7월 16~18일 서산(519.7㎜), 홍성(438.4㎜), 청양(376.5㎜), 보령(251.3㎜) 등에 이어 200년 빈도의 ‘극한호우’가 내린 것이다.

하지만 보령, 서산, 당진, 서천, 청양, 홍성, 예산, 태안 등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보령댐의 오후 2시 기준 현재 저수율은 6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령댐에 물을 담을 수 있는 유역 구역이 보령 미산면과 부여 외산면 일부에 불과, 도내 인근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도 보령댐에는 물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1월 보령댐은 저수량이 가뭄 위기경보 ‘관심’ 단계에 진입해 도는 도수로 가동 등 선제적 대응에 돌입했고, 지난 6월 20일 보령댐의 저수율은 26.60%까지 내려간 바 있다.

도 관계자는 “보령댐은 물을 담을 수 있는 입구가 작아 인근 지역에 비가 와도 소용이 없다”며 “보령댐의 평균 하루 물 사용량은 26만t 규모로 보령 미산면과 부여 외산면에 비가 안 오면 하루 0.2~0.4%씩 저수율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도내 대부분의 지역이 물난리를 겪을 만큼 집중호우가 내렸어도 보령댐의 저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령댐은 적절한 수자원 확보가 어려운 탓에 충남에서도 2015년 청양군 등 8개 시군에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2018년, 2020년, 2022년에는 부여군 일대 42개 마을에 운반급수가 이뤄진 바 있다.

최악의 가뭄사태를 겪고 있는 강릉은 충남처럼 만성적인 가뭄을 겪어 왔지만 수질문제로 공급을 중단한 도암댐 방류 논란만 되풀이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이번 가뭄 사태가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강릉과 인접지역인 속초는 1998년 첫 지하댐을 건설한 데 이어 2021년 제2 지하댐을 완공하며 가뭄 시에도 최소 3개월은 버틸 수 있는 식수원을 확보했다.

극한호우 등 기후위기가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여부에 따라 안정적인 물 공급과 홍수·가뭄의 직격탄이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충남은 대표적인 물 부족 지역으로 가뭄·홍수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댐을 건설할 필요가 있고, 충남에서는 댐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부여·청양 지천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