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천댐 갈등, 해법은 환경부 결단에
윤양수·충남본부 청양담당 국장
[충청투데이 윤양수 기자] 청양 지천댐 문제는 이제 단순한 찬반 논란을 넘어섰다. 지난해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후보지로 청양·부여를 지목한 이후 지역 사회는 극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끝에 “늦어도 연말 전에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주민들 사이의 균열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 갈등이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청양군민들의 삶을 갉아먹는 상처로 남고 있다는 점이다.
지천댐은 세 차례 추진됐다가 무산된 역사가 있다. 1991년, 1999년, 2012년 모두 주민 반대가 벽이 됐다. 그만큼 지역 사회가 이 문제로 소모한 시간이 길다. 이번에도 같은 양상이다. 찬성 측은 기후위기 시대에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홍수 피해가 잦고 가뭄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지천댐이야말로 생존의 대안이라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환경 파괴와 수질 오염, 지역 발전 제약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한다. 그 사이 주민들은 서로를 불신하며 분열된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주민들은 더 큰 상처를 입고 있다. 댐 건설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채 시간이 지체될수록 지역은 불신과 갈등으로 잠식된다. 이웃끼리 찬성과 반대를 이유로 얼굴을 붉히고 공동체는 갈라진다. 정부의 발표가 미뤄질 때마다 혹시 이번에는? 하는 기대와 결국 또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교차한다. 심리적 피로가 누적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다. 지난 정부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밀어붙이던 환경부는 정권 교체 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신뢰를 잃자 주민들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결정을 미룬다는 것은 사실상 주민들더러 모든 갈등을 감내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환경부는 주민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책임 회피로 들린다. 합의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주민들끼리 스스로 합의에 도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설득과 보상, 대안을 내놓아야 비로소 합의의 토대가 마련된다. 지금처럼 중앙 정부가 결정을 미루면 갈등만 장기화될 뿐이다.
결국 피해는 청양군민들이 짊어진다. 물 부족과 홍수 위험에 대한 불안, 환경 파괴 우려, 그리고 갈라진 공동체의 상처까지 고스란히 떠안는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고통은 커진다.
환경부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얻을 것이 더 많다면 확실한 지원과 함께 추진을, 반대라면 분명한 제외를 선언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속한 결정이다. 그것이야말로 지천댐 갈등으로 지쳐버린 청양 주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