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동 잦은 공중화장실 비상벨… 위기 대응 ‘불안’

최근 충청 8만여건 중 41% 허위·오작동 장난·실수·동물 울음소리 등 오인 신고 多 법 규정 미비… 국회 개정안으로 개선 추진

2025-09-01     함성곤 기자
비상벨.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충청권 공중화장실 등에 설치된 비상벨 오인 신고가 전체 작동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차지하면서 경찰력 낭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비상벨 작동 시 경찰의 현장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불필요한 출동이 반복될 경우 긴급 상황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6월) 충청권 4개 시도에서 비상벨이 울린 건수는 총 8만 5424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허위 신고나 오작동으로 확인된 사례는 3만 5578건으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대전 1만 9815건 중 8575건(43%), 충남 3만 6471건 중 1만 5545건(42%), 세종은 4124건 중 1650건(40%), 충북 2만 5014건 중 9808건(39%) 순으로 각각 나타났다.

공중화장실 등에 설치된 비상벨은 긴급 상황 시 벨이 작동되면 112상황실에 연결돼 초동 조치를 할 수 있게끔 하는 장치로,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무조건 상황 확인을 위해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그러나 장난·실수로 인한 오인 신고가 잦고, 특정 데시벨 이상을 감지하는 장치의 경우 동물 울음소리 등 외부 잡음을 잘못 인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산간 지역 화장실처럼 전파 수신이 불안정한 곳은 오작동 빈도가 높아 먼 거리를 출동해야 하는 경찰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부 공중화장실에서는 동일 장소에서 수십 차례 오작동이 발생해 출동 경찰관들이 허탕을 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비상벨 출동의 상당수가 오작동이거나 허위 신고라 실제 긴급 상황이 터졌을 때 ‘골든타임을 놓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장치인 만큼, 실효성을 높이려면 정기 점검과 체계적 관리가 절실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관련 법령에 관리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행 ‘공중화장실법’에는 시설 전반에 대한 정기 점검 의무만 있을 뿐, 비상벨 운영 실태나 오작동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기관이나 규정은 없는 상황.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양부남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5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자체장에게 비상벨 등 안전시설의 운영 실태를 정기 확인하도록 하고, 경찰이나 관계 기관이 개선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실효성 있는 비상벨 운영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양 의원은 "비상벨은 작은 장치지만 위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라며 "오작동과 오인 신고로 인한 경찰력 낭비를 줄이고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