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窓] 구사일생
이한영 사단법인 세계골프지도자협회 이사장
2025-08-31 충청투데이
필자는 몇 일전 출근길에, 갓길에 주차된 대형 트럭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구사일생이 이럴때 쓰는 말인가? 필자의 부주의도 있었지만 이른 새벽 어둠 속 불법 주차된 대형차는 그야말로 ‘움직이지 않는 흉기’였다.
모든 차량은 등록 과정에서 차고지 증명이 필수인데, 왜 이 차량은 도로 갓길에 세워져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관련 업계 지인에게 물어본 결과,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서류상으로는 차고지를 증명해두지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고, 생활권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형차는 일반차량에 비해 회전 반경이 커서 일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실제 생활권내 큰 공간의 차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은 만만치 않고, 집과 멀리 떨어진 저렴한 차고지를 이용하는 것은 불편하기 때문이란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교통안전을 위해 많은 제도를 마련해왔다. 이 제도들은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정작 수십t에 달하는 대형차 주차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방치된 상태이다. 대형차량이 주거지 인근 도로에 장시간 불법 주차되는 현실은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새벽에는 위험이 몇 배로 커진다. 이는 개인의 과실을 넘어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화물차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고달프다. 높아져 가는 유류비와 유지비, 불안정한 물류수요 환경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법 주차를 언제까지나 용인할 수는 없다. 교통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공공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물운전자의 입장도 고려한 해법이 절실하다. 선진국 사례처럼 대형차량 전문 주차장 설립을 추진하면 어떨까?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공영 주차장 확충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오히려 민간 투자를 통해 대형차량을 위한 전문 주차장을 조성하고, 이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와 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민영 대형차량 주차장은 운전자들의 이동 동선과 생활권에 맞춰 유연하게 들어설 수 있고, 시장 경쟁 구조는 서비스 품질은 높이되, 요금은 낮출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민영 대형차량 전문 주차장 설립을 위해 주차장 설립 규제 완화, 초기 투자에 대한 세제 감면, 주차장 설립을 위해 금융 지원 등을 지원해 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더 나아가 차고지 증명이 서류상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제도로 정착되게 실제 사용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화물 운전자에게는 주차장 요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요금 지원과 감면을 제공함으로써 불법 주차를 줄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형 화물차는 국가 물류의 중추이다. 그러나 동시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시민의 안전과 운전자의 재산을 위협한다. 이것이 대형차량 전문 주차장 도입과 활성화 그리고 제도적 지원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