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보단 빵… 디저트 시장 ‘전례 없는 호황’

MZ세대 중심 ‘빵지순례’ 확산 제과점 수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외식환경 변화속 한식 인기 ‘뚝’

2025-08-28     최광현 기자
빵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국내 디저트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으며 외식업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빵지순례'와 '빵케이션' 같은 신조어가 일상어로 자리잡으며 디저트가 새로운 식사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통계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28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제과점 수는 2만 3465개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충청권 역시 눈에 띄는 상승세가 나타났다. 5년 전 대비 20~34% 증가하며 올 6월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빵의 도시 대전이 550개에서 663개(20.5%), 세종이 141개에서 174개(23.4%)로 늘었고, 충북은 600개에서 737개(22.8%), 충남은 785개에서 957개(21.9%)로 각각 증가했다.

반면 한식음식점은 감소 추세다. 지난해 11월 전국 41만3020개를 정점으로 올 6월 40만9608개까지 줄었다.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한국의 외식 환경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날 대전의 한 유명 빵집 앞에는 평일 낮임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빵집에서 만난 이모(23) 씨는 "원래 줄을 안 섰는데 요즘은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줄을 서야 한다"며 "대전이 정말로 빵 맛집이 됐다는 걸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저트 열풍 중심에는 MZ세대의 소비문화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빵스타그램', '디저트 맛집'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젊은 세대의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립스틱 이펙트’의 현대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저렴한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과거 립스틱이나 커피가 담당했던 역할을 이제는 디저트가 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 성향이 강해지고 일상 속 작은 사치로 디저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기존 한식당들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베이커리형 콘셉트’를 도입하거나 ‘한식+디저트' 결합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

약과, 개성주악, 과일 모찌 등 전통 디저트의 현대적 변화부터 찰현미밥, 젤라또, 한과 마카롱. 전통 차 라떼 같은 퓨전 메뉴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장기적인 식문화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저트가 이제 간식 개념을 벗어나 하나의 식사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단순한 사이드 메뉴에서 독립된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