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서구’ 의 페이지를 넘기면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2025-08-20 충청투데이
지난해 한국 문학은 세계 문단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책이 지닌 힘과 문화적 깊이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한 권의 책이 개인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책은 눈으로 읽는 종이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어지는 다리이며, 삶을 바꾸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독서 현실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43%로 조사 시행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학생 독서율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책 읽는 문화의 소멸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심각한 과제다. 독서를 잃은 사회는 사유의 깊이를 잃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귀를 잃는다. 결국 독서는 개인의 습관을 넘어, 한 사회가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서관의 가치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행사가 바로 ‘서구 책 축제’다. 축제는 책을 매개로 세대와 세대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열린 마당이다. 서구는 본행사에 앞서 9월 한 달간 다양한 사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필사 활동, AI 동화 제작, SNS 소문내기 이벤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며 독서 문화를 확산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본 행사는 오는 9월 27일 갈마문화공원에서 열린다. ‘서로(書路) 더 가까이’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공연과 체험, 전시를 아우르는 종합 문화축제다. 특히 올해는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독서 문화를 실험한다. AI가 만들어주는 캐릭터 엽서, AI 동화와 삽화 전시, AI 시인과의 만남은 책 읽기의 의미를 미래적으로 확장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책과 기술이 만나 열어갈 새로운 길은, 결국 다시 인간을 향한 사유와 상상으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책은 아이들에게는 미래를 설계하는 힘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세상을 넓히는 창이 된다. 도서관은 그 창을 열어주는 문이며, 책 축제는 그 문을 모두에게 활짝 여는 장이다. 독서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삶을 가꾸는 방식이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서구라는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더 많은 아이들이 책 속에서 꿈을 키우고, 더 많은 어른들이 지혜를 나누는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주민 모두가 책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일상이 지식과 문화로 채워지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서구의 다음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