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살해한 60대, 징역 16년→12년 감형 이유는

징역 16년 → 12년… 재판부 "피해자 귀책도 있어" 1심, 음주운전 무마 합의금 빌려준 지인 누나 살해 2심, 피해자가 음주운전 유도, 고의 교통사고 사기 가담

2025-08-17     김중곤 기자
대전법원 전경 [촬영 이주형]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돈을 빌려준 지인의 누나를 살해해 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던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감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의 교통사고를 통해 피고가 채무를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등 피해자에게도 범행의 결과에 일정 부분 귀책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박진환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경 자신에게 2000만원을 빌려준 지인 B씨의 누나 C(50대씨를 주거지에서 살해한 혐의로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16년에 처한 바 있다.

A씨는 채무를 갚기 위해 B씨에게 자신의 차량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C씨가 동생을 두둔하자 서운한 감정을 품게 됐다.

이에 A는 범행 당일 술에 취한 채 C씨의 집에 찾아갔고, C씨에게서 욕설을 듣자 격분해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이용해 숨지게 했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준 것은 A씨가 B~C씨 등이 기획한 또 다른 범죄 사건에선 반대로 피해자였다는 사정을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애초 A씨가 C씨에게 돈을 빌린 것은 음주운전을 무마하기 위한 합의금 3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A씨의 음주운전 직전 그와 술을 마신 사람이 C씨였고, 이후 B씨 등 일당이 합의금을 요구할 목적으로 A씨의 차량을 뒤에서 들이박았다는 것이다.

살해 피해자인 C씨에게도 A씨의 범행에 일정 부분 귀책이 있음을 시사하는 해당 내용은 검찰이 항소심에서 증거로 제출하며 채택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C씨 등 일당의 고의 교통사고 때문에 부담하지 않아도 될 채무를 지게 됐고, 이를 변제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C씨는 A씨와 의도적으로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유도하고 이를 B씨 등에게 실시간으로 알렸다”며 “A씨가 살해에 이르는 과정에서 C씨의 귀책 사유도 있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