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고 갈 곳 없어… 무더위 지하철로 향하는 노인들
전기요금·복지시설 이용 부담 높아 눈치 보여 무더위 쉼터 이용 저조 고령층 지하철 및 역사 이용객 증가 비용 무료·대합실 마련 등 지하철 인기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계속된 무더위 속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지하철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치솟은 전기요금은 버겁고 경로당 등 복지시설 이용은 제한된 시간과 운영 때문에 부담이 적은 지하철역이 최적의 쉼터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8일 대전교통공사에 따르면 여름철(6~8월) 65세 이상 지하철 이용객은 2022년 583만 2023년 659만 명, 올해는 673만 명을 기록해 2년 새 90만 명(약 15%)이나 늘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고령가구 증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이용시설의 제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전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해 25만8000명으로 전년(24만 4000명)보다 1만4000명 늘었다.
혼자 생활하거나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노인들에게 여름철 냉방기 가동은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이모(72) 씨는 “집에서 혼자 지내는데 에어컨을 틀면 요금이 많이 나와 걱정이다”며 “지하철은 시원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눈치 볼 일도 없어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꼽히는 무더위 쉼터들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고령층이 자주 찾는 경로당의 경우 대부분 오후 6시에 문을 닫고 주말에 운영하는 곳은 더욱 드물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밤이 되거나 주말이 오면 이용이 불가능해 실질적인 피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아울러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무료 개방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인원 제한을 두거나 회비를 요구해 노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주민센터나 복지관 등 공공시설도 대부분 평일 저녁과 주말엔 문을 닫거나 로비만 개방해 장시간 머물기 어려운 상황.
특별한 용무 없이 공공시설을 오래 이용하는 것을 '민폐'로 여기는 시선도 노인들에겐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홍보 부족과 접근성 문제도 지적된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년층은 쉼터 위치나 운영 시간 등 기본 정보조차 얻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철은 고령층에게 최적의 대안이 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밤 11시까지 운영되고, 65세 이상은 무료 지하철 이용이 가능해 부담이 덜하다.
냉방이 잘되는 대합실과 여유 있는 좌석도 장시간 머물기 적합하다.
실제 더위가 절정인 오후 시간, 목적지 없이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역사는 저녁 무렵이면 노인들로 북적이며 '역 피서'라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서구에 거주하는 박모(68) 씨는 “여름철만 되면 6시에 나와서 저녁에 들어간다”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노인들이 역에 찾아와 책을 읽거나 바둑을 둘 정도로 밤 늦게까지 시원하게 지낼 수 있어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