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폭우 뒤 ‘수인성 감염병’ 엄습… 위생수칙 준수 중요
이수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5-08-07 충청투데이
이번 여름 전국적으로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물리적인 피해 이외에도 임시주거시설에서의 집단생활로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 건강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장마철에는 수인성 감염병과 접촉성 피부 질환, 호흡기 질환을 비롯 침수 피해를 겪은 경우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오염된 물, 음식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인성 질환은 폭우와 홍수로 인해 하수, 분변 등의 오·폐수가 혼합되면서 다양한 병원체가 유입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콜레라, A형간염, 노로바이러스 감염 등이 있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Salmonella Typhi)이 원인으로 고열, 두통, 복통, 설사 혹은 변비, 발진이 특징이다. 잠복기가 6일에서 30일로 길어서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질환이다. 증상이 발생했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장천공이나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한다. 세균성 이질은 시겔라균(Shigella)에 의해 발생하며 고열, 복통, 혈변, 탈수 증상을 동반한다. 소량의 균에도 감염될 수 있어 매우 전염성이 높으며 잠복기는 1일에서 3일이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오심, 구토, 설사, 근육통 등을 유발하고 잠복기가 12시간에서 48시간으로 전파 속도가 빠르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는 탈수가 심각해질 수 있다.
또 여름철에는 따뜻한 물에 다양한 균뿐만 아니라 중금속, 화학물질 등이 섞여서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해 발생하는 농가진이 있다. 얼굴, 팔다리에 주로 발생하며 꿀색의 딱지가 주변에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전염력이 강해 가족간 전파도 흔하다. 치료는 국소 항생제나 광범위 항생제로 할 수 있지만 같이 노출되더라도 주로 어린이, 면역저하자에게 발생하므로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수해를 직접 입은 경우 물리적 충격뿐 아니라 스트레스, 불면증, 우울감 등 정신적인 문제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정신건강 상담이나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도 병행돼야 하고, 기저질환이 있다면 약물 복용이 중단되지 않도록 보건소나 의료지원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재민 임시 거주시설에서는 공동생활로 인한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으므로 개인 위생과 환경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임시 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예방접종도 점검받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