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죽어야 끝난다는 말을 끝내자
박정현 국회의원
2025-08-07 충청투데이
최근 잇따르는 교제 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더는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9일 대전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피해자는 수개월 동안 폭력과 위협에 시달렸고,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으며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지만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반복되는 비극, 징후는 이미 충분했습니다.
피해자의 죽음은 예고된 비극이었습니다. 3차례의 신고, 특히 폭행과 주거 침입은 명백한 위험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거 중이었다’는 이유로 주거 침입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살해되었고, 가해자는 영안실까지 찾아와 섬뜩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이러한 비극은 대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며칠 사이 울산과 의정부에서도 교제 폭력으로 인한 살인과 살인 미수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교제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무려 488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수사가 멈추고, 가해자는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 때문에 교제 폭력은 가해자의 의사를 거절하면 죽음에 이르는 ‘거절 살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찰의 대응 체계 역시 보완이 시급합니다. 대전 사건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8시간 30분이나 걸렸고,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즉각 추적하지 못한 점은 명백한 문제였습니다.
이제라도 수사, 보호, 예방을 아우르는 관계기관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현장 경찰관들의 매뉴얼을 개선해야 합니다.
사회적 인식 전환과 제도적 개선이 절실합니다. 스토킹과 교제 폭력 범죄는 특정 지역, 세대, 성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피해자들의 죽음은 우연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 사회적 무관심, 소극적 수사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이러한 범죄를 더는 ‘연인 간의 다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피해자가 스스로 벗어나기 어려운 ‘통제와 위협’의 구조적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국회는 교제 폭력을 명확히 정의하는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끊임없는 관심과 감시로 이 비극을 끝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