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하사 은잔부터 유림 고문서까지… 일반에 첫 공개
유교문화진흥원, 충남 유물 1400여점 가치 평가 오는 8일부터 국학자료 기증·기탁 특별전 열려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최근 2025년 상반기 수증수탁심의위원회를 열고, 충남 전역 21개처에서 수집된 유교문화 자료 1400여 점의 역사성과 학술적 가치를 평가했다.
이번 심의는 기증·기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로, 향교 제례 문서부터 조선시대 유림 고문서, 민속 유물까지 다양한 자료가 대상에 포함됐다.
심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자료는 노성궐리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들이다.
‘청금록’(1806), ‘궐리사영생안’(1831), ‘기사년유림회의석재임록’ 등은 조선 후기 지역 유림의 조직과 활동을 보여주는 핵심 기록으로 평가됐다.
이들 자료는 류운룡의 ‘고금간첩’과 함께 충청과 경상 지역 유림 간의 교류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됐다.
덕산향교, 대흥향교, 임천향교 등에서 수집된 제례 관련 기록들도 평가에 포함됐다.
‘석전대제홀기’, ‘제관록’, ‘재임록’, 향교 현판의 기문 등은 조선시대 향교 운영과 제례 문화를 복원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꼽혔다.
밀성박씨, 한산이씨, 파평윤씨 등 명문가에서 전해 내려온 족보와 가문 활동 기록도 포함됐다.
이들 자료는 충남 유교문화 연구의 기반이 되는 자료로, 전시와 학술 출판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심의 대상 중 대표 유물로는 조선 영조가 양무공신 이삼 장군에게 하사한 은잔과 목함이 선정됐다.
이 유물은 1734년 창덕궁 영화당 연회에서 하사된 것으로, 은잔 안쪽에는 물고기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져 술을 따르면 물고기가 노니는 듯한 효과를 준다.
금입사 기법으로 제작된 이 하사품은 영조대의 포상 문화와 당대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
오는 8일 개막하는 제3회 국학자료 기증·기탁 특별전 ‘양무공신 이삼, 충성이 해를 꿰뚫다’에서 일반에 첫 공개된다.
이 밖에도 서병덕(1712년생)의 과거 합격 문서, 관직 생활 기록, 시호 완의, 추증 교지, 초상화, 호패 등도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 자료들은 조선 중기 고위 관료의 생애와 사회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기록으로 꼽힌다.
초상화, 서궤, 벼루, 은잔, 잔대 등 민속 유물도 전시 활용성이 높아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해당 유물들이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 관람객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원장은 “이번 심의에서 평가된 자료들은 충남의 향교, 문중, 유림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도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심의된 자료들은 향후 기증·기탁 협의 절차를 거쳐 진흥원에 정식 등록될 예정이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