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예술을 통한 사회 변화 - 문화복지의 새로운 흐름

안동순 천안문화재단 대표이사

2025-08-04     충청투데이

문화예술은 오랜 시간 동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 예술은 또 다른 기능을 부여받고 있다. 바로‘돌봄’이다. 예술이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갈 때, 그것은 단순한 공연이나 전시를 넘어 문화의 사각지대를 밝혀주고, 단절된 일상을 이어주는 ‘문화복지’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문화복지는 단지 문화소외 계층에게 공연을 보여주거나 전시회를 관람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들이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문화가 사회복지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새로운 돌봄의 방식으로 정착될 수 있다.

천안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천안문화재단이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문화예술 프로그램 미소창작소가 그것이다. 미소창작소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장애예술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시작한 발달장애인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2023년에 처음 시작한 미소창작소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단이 사전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는 △듣기 △소리내기 △놀이하기를 새롭게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10차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참여자 5명 규모의 소그룹으로 운영했는데 개별성과 강사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강사 대상 워크숍과 중간 회의를 통해 개별 참여자의 반응을 공유하고 실험적 접근을 확산시켰다.

시각적 표현에 전문화된 지역 작가들이 강사로 합류하면서 강사별 특성을 반영한 청각과 시각 요소의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점이 특별했다.

또한 성과공유회는 결과보다 표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과정 중심’전시로 진행하면서 사업의 차별성을 두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작품을 완성하고 발표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작은 표현과 탐색 활동 시도로 발달장애인의 개별성에 중심을 둔 △관심사 △흥미 △세부적인 표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사업을 직접 추진해 보니 문화복지의 일환으로 시작하는 장애인의 교육과 예술 활동은‘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닌‘표현의 주체’로 바라보는 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아울러 노년층을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도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여가를 넘어,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고립된 어르신들이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위로 이상의 가치다. 문화예술이 제공하는 감각적 자극과 창작의 즐거움은 노년의 삶을 보다 활기차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문화복지의 핵심은 ‘관계’에 있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만남과 참여는 인간적 유대를 형성하고, 이는 곧 사회통합의 기반이 된다. 문화예술은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누구나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삶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 보다 많은 문화소외계층에게 문화복지 참여의 문을 넓히고, 그 안에서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적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

천안문화재단은 앞으로도‘누구나 예술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원칙 아래, 다양한 문화복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누구나 예술을 누리는 그날까지 천안문화재단은 다양한 문화복지 사업을 확장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