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전자담배샵에서도?… 취지 무색해진 ‘소비쿠폰’
고용 유발·소비 순환 효과 낮은 업종 허용 일각 “내수 진작 정책 목적 안 맞아” 비판 일부 전자담배 무인점포 청소년 유입 우려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정부가 내수 진작과 골목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무인 인형뽑기와 전자담배샵 등에도 사용되면서 정책 취지와 어긋난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 유발이나 소비 순환 효과가 낮은 업종까지 허용되는 구조 자체가 제도 설계의 허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무인 인형뽑기 매장과 캡슐 뽑기형 ‘가차샵’, 무인 오락실을 확인한 결과 모든 매장에서 소비쿠폰 결제가 가능했다.
인근의 한 무인 전자담배샵도 “소비쿠폰 사용 신청을 마쳐 다음 주부터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들 업종은 대부분 상주 인력 없이 운영되는 무인 형태로 지역 내 고용 창출이나 연쇄 소비 유발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다.
일반 음식점이나 소매업처럼 인력과 재화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소비와 달리 무인 오락기기나 자판기 형태의 소비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계 내부에 머무르는 구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책의 핵심 목표인 소상공인 매출 증대나 골목 상권 활성화와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자담배 전문 무인점포의 경우에도 청소년 접근 차단 시스템이 미흡한 일부 매장에서는 청소년 유입과 무분별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형뽑기 기계는 ‘청소년게임제공업’으로 등록된 합법적 업종이지만 반복 투입을 유도하는 구조와 즉각적인 보상 특성상 충동적 소비나 감정적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방식이 운에 대한 기대와 즉각적 만족을 자극해 반복 지출을 유도하는 등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일종의 사행적 특성을 내포한다고도 지적한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인형뽑기의 경우 결과가 운에 좌우되고 뽑기에 실패할 경우 반복 지출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다”라며 “특히 저렴한 가격에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중독적으로 빠져들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일회성 소비에 그치고 지역 상권이나 영세 자영업자와의 연결고리가 약한 업종까지 포함된다면 내수 진작이라는 정책 목적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논란의 배경으로는 사용처 선정 과정에서 업종의 특성이나 지역경제 기여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현재 소비쿠폰 사용처 기준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으로 포괄적으로 설정돼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한 매출 기준만으로 소비쿠폰 사용처를 정하다 보니 정책 취지와 거리가 먼 업종까지 포함된 것 같다”며 “향후 사용처 조정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