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 사망에… 李 대통령 “미필적 고의 살인 아닌가”
국무회의서 포스코이앤씨·SPC 사고 질타
[충청투데이 김대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을 방어하지 않고 죽음을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올해 들어 5번째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생계를 위해 일하러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 아니냐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며칠 간격으로 발생한 맨홀 사고와 SPC 산재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도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상수도 공사하는데 맨홀에 들어갔다가 또 두 명인가 질식 사망했다고 한다”면서 “폐쇄된 공간에 일을 하러 들어가면 질식 사망하는 사고가 많다는 건 국민적 상식인데 어떻게 그걸 보호장구 없이 일을 하게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서 어떤 사업자를 위해서 일을 하다 죽는 것, 그에 대한 감각이 없는 건지 사람 목숨을 사람 목숨으로 여기지 않고 무슨 작업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죽어도 할 수 없다,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로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SPC가 근로시간 조정 등 근로여건 개선에 나선 점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SPC가 8시간 이상의 야간 장시간 노동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 “말씀을 하셨으니 꼭 지키기 바란다. 전에도 1000억을 들여서 동일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과연 했는지 제가 확인해 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신속하게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안전’을 비용이 아닌 의무로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도 사람이다. 12시간씩 밤에 그것도 주야 맞교대로 이어서 일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이런 후진적인 산재를 영구적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색이 10대 경제 강국에 5대 군사 강국, 문화 강국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민주주의 국가다. 일하다 죽는 일이 최소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토론내용이 역대 최초로 생중계 됐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는 초반 1시간 20∼30여분간 회의 내용이 KTV 등을 통해 실시간 방송됐다.
참석자들이 입장하는 장면부터 국민의례, 신임 국무위원 인사말, 이 대통령 모두발언은 물론 중대재해 근절 대책과 관련해 부처별 검토안 보고와 토론 등도 모두 중계됐다.
그동안 대통령의 모두발언 일부가 녹화 후 공개돼 오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대통령실은 이번 생중계가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중대재해 근절 대책은 국민 모두에게 가감 없이 알려야 할 사안이라며 토론 과정을 여과 없이 생중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 근절 대책은 사회적 성격의 이슈로 공개해도 되는데 안보 이슈 등은 공개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서 "이날 심층 토의 생중계는 일회성 조치이지만 앞으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공개 횟수와 범위를 확대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