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부족에 이용자들끼리 ‘충돌’…간절한 대전 공공체육시설 확충
[충청권 체육 전성시대 못따라가는 인프라] 평송센터 탁구장 대안없이 이용 중단 초·중등 수영선수 구성된 스포츠클럽 영리지원 불가 통보에 자리 넘기게 돼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대전 체육인들 사이에서 열악한 공공체육시설 환경으로 인한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부족한 시설에 이용자 우선순위를 둘러싼 충돌이 빚어지면서 지역 체육계에서는 공공체육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등에 따르면 평송센터 내 탁구장 이용이 지난 18일부터 중단됐다.
인근 샘머리초등학교의 석면 제거 공사로 평송센터 내 다목적실 및 탁구장이 늘봄교실 임시 운영 장소로 결정되면서다.
수십년간 탁구장을 이용하던 평송탁구동호회 회원 100여명은 하루 아침에 활동공간이 차후의 대안도 없이 사라졌다며 황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평송탁구동호회 회장을 맡았던 장성국(62) 씨는 “센터가 대안을 찾아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방법이 없다고 하더니 갑자기 탁구장에 곳곳에 이용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며 “길게는 25년, 짧게는 10년 이상 이곳을 이용한 사람들인데 갑자기 쫓겨나게 돼 회원 반발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소년기관이니까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게 맞지만,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거다”며 “다들 뿔뿔이 흩어지거나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늘봄교실 운영이 끝난 이후 진행되는 리모델링 공사로 향후 탁구장 이용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생활체육뿐만 아니라 전문체육에서도 최근 시설 부족으로 인한 갈등이 불거졌다.
20여년간 한밭수영장을 사용해 온 A민간스포츠클럽은 지난 1월 용운국제수영장 공사로 훈련지가 없어진 대전시 철인 3종팀에 자리를 넘기고 나왔다.
A클럽은 초·중등 수영선수로 구성된 단체로, 대전시체육회에 등록된 전국소년체전 참가 초중등 선수 8명이 실전감각을 위해 한밭수영장 50m 레인을 사용하고 있었다.
과거 대전시설관리공단과 공문을 통한 협의로 수년간 사용한 레인이었지만, 갑작스레 ‘개인영리라 지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A클럽은 설명했다.
A클럽은 통보 이후 시체육회에 개인영리가 아니라는 해명문과 봉사활동 증거를 첨부했지만 ‘코치 인건비를 위해 회비를 받으니 영리다. 아이들을 학교 운동부에 가입시켜라’는 답변을 받았다.
A클럽 감사 B씨는 “학교운동부에 가입하려면 아이들을 전학 보내야 한다. 배운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은 실력이 부족하다고 받아주질 않을 뿐더러 전학을 가도 50m 레인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며 “학교뿐만 아니라 대전에 초등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50m 레인이 있는 수영장이 한밭, 용운 말고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25m 레인에서 훈련시키고 있는데 실전 감각을 잃을까 가능한 모든 대회에 출전시키는 중”이라며 “아이들은 갑자기 레인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본인들의 실력이 부족해서’라며 자책하고 있다. 대전 공공체육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한밭수영장은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시 대표 선수들에게 우선 대관을 하게 돼 있어서 A클럽이 우선순위에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며 “선수들이 훈련하지 않는 토요일과 둘째주, 네번째주 일요일 시민들에게 선착순으로 대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