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공약’이라는 이름 뒤 감춰진 지역 갈등의 그림자”
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충청권 주민들의 강한 반발은 물론, 이전 예정지인 부산 내부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구의원들의 반대로 이전 촉구 건의안이 부결되는 등 지역 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세종시 최민호 시장은 출근길 1인 시위에 나섰고,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수부 내부에서도 구성원 86%가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돼,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다.
이전 계획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지시되며 본격화됐다. 해수부는 연내 이전을 목표로 전담 조직을 확대했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진돼 정치적 계산에 따른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국가적 과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충청권의 반발은 이기주의가 아니다.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육성하기 위해 감내해온 희생과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해수부 이전은 중앙부처 간 협업과 정책 조율을 어렵게 만들고, 행정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들 역시 부처 간 물리적 거리 증가가 정책 정합성과 실행력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한다.
공무원들의 현실적인 고충도 크다. 86%가 이전을 반대하며, 주된 이유로 ‘가정생활 파괴’를 꼽았다. 주거, 교육, 부모 봉양 문제 등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80% 이상에 달한다.
이로 인한 기러기 아빠, 주말부부의 확산은 개인 삶뿐 아니라 조직 사기와 행정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준비 부족 속 강행되는 추진 역시 문제다. 노조는 2~3년 준비 기간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대책 없이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해양산업 발전이나 북극항로 개척 등 전략적 명분도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단순한 위치 변경으로 정책 효과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무겁게 다가온다.
결국 갈등을 끝내는 길은 ‘단호한 결단’뿐이다. 더 이상 국민과 지역사회에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행정 중심지 세종시 육성이라는 국가 균형발전의 대의를 지켜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불필요한 분열과 혼란이 아닌 안정과 상식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 계획은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갈등과 행정 비효율, 국민 분열이 멈출 수 있다. 정치인의 책임은 국민 통합과 국가 미래 설계에 있으며, 선거용 공약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한 현명한 결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