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구제 대부업체 채권 배제 “대전 피해자들 사각지대 놓일 수도”

국정기획위, 정부에 신속추진과제 제안 대전 근저당 대부업체로 간 사례 많아

2025-07-21     이석준 기자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전세사기 문제 해결 촉구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10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석준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구제에 힘을 싣고 있지만 대전지역 내 피해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구제 논의에서 대부업체의 채권 등은 사실상 제외된 상태인데, 대전지역 피해 주택 상당수는 대부업체에 채권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18일 국정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종료 후 국정기획위는 △소액임차인의 변제권 최우선 구제 △피해 주택 신속 매입 △신탁사기 피해자 신속 구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세한 심의결과 설명을 신속추진 과제로 정해 정부에 제안했다.

이와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전세사기와 관련해 연체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는 배드뱅크(부실채권 전담은행)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배드뱅크가 채권을 일괄 구매하도록 하면 피해자 구제를 훨씬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같이 다방면으로 피해 지원을 위한 방안 논의가 확대 중인 기조와 달리 대전 피해자들을 중심으로는 정책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전의 경우 전세사기 사건 피해 대부분이 다가구 주택을 중심으로 확산된 상태다.

2023~2025년 3월 31일까지 대전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는 총 3333건으로, 이 가운데 2546건(76.4%)이 다가구 주택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전세사기가 발생한 다가구주택 중 대부업체로 근저당이 넘어간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의 자체 조사에서는 조사를 진행한 표본 166개 다가구주택 중 87개 건물의 근저당을 대부업체에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건물 근저당을 대부업체에 넘긴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그간 논의된 정부의 전세사기 구제 방안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활동을 했던 피해자 장선훈 씨는 "지난 10일 발의된 정준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세사기피해특별법 개정안에도 NPL 등 대부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 공공 매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대부업체는 지연 이자를 목적으로 채권을 매입을 한 거고 당연히 경매 배당에서 채권 최고액으로 배당한다"며 "그러면 피해자들은 지연 이자도 배당금으로 뺏기는 상황이 되니까 그만큼 배당받을 금액이 사라진다. LH 매입 후 차액 안분 금액도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 됐을 때도 다가구 주택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어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번에도 대부업체에 넘어간 주택에 대한 전세사기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가구 주택 거주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지원책에서 소외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석준 기자 lsj@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