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국지성 호우’ 시대 진입… 수해 대응체계 바꿔야
연도별 1시간 최대 강수량 살펴보니 2020년 들어 1시간 최대 강수량 증가 충남서 현상 두드러져 서산 68% 급증 국지성 호우, 대처 어려운 자연재난 기존 재난 대응체계 점검해야할 때
2025-07-21 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단시간에 많은 비를 퍼붓는 이른바 국지성 호우가 최근 충청권, 특히 충남에서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활용해 대전·세종·충남 내 관측지점의 연도별 1시간 최대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2020년대 들어 상당수 지점에서 단시간 한꺼번에 쏟아지는 폭우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은 5개 지점(2015년부터 가동한 홍성은 제외) 모두에서 2020년대의 1시간 최대 강수량이 10년씩 구분한 다른 비교 시점보다 많게 기록됐다.
대표적으로 서산의 2020년대 1시간 최대 강수량 평균값은 80.7㎜로, 그 다음으로 많이 내렸던 2010년대(47.9㎜)보다 68% 급증했다.
서산은 1시간 만에 114.9㎜가 쏟아진 지난 17일뿐만 아니라, 2022년 6월 29일(105.4㎜)과 지난해 9월 20일(99.1㎜)에도 100㎜를 육박하거나 그 이상의 물폭탄이 떨어진 바 있다.
또 충남 내 다른 관측지점인 △부여 55.7㎜ △보령 52.9㎜ △천안 50.4㎜ △금산 47.1㎜ 등 도 1시간 최대 강수량 평균이 2020년대에 가장 거셌다.
금산에서 지난해 7월 10일 찍은 84.1㎜의 1시간 강수량은 해당 지점에서 관측을 시작한 1972년 이래 최고치에 달한다.
부여는 2022년 8월 14일 110.6㎜를 기록하며 1시간 강수를 가장 세차게 퍼부었던 1999년(116㎜)에 거의 근접하기도 했다.
세종은 2019년부터 관측을 시작해 장기간 연대 분석은 어렵지만, 올해까지 7년간 평균 49.8㎜의 1시간 최대 강수량으로 천안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북에선 청주, 보은, 충주 등 대체로 2010년의 1시간 강수량이 최대였지만, 2020년대에도 각각 47.3㎜, 44㎜, 41.7㎜로 그 다음으로 많은 양의 단시간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추풍령이 1시간 최대 강수량이 2020년대(37.6㎜)에 가장 많게 집계되기도 했다.
반면 대전은 2020년대의 1시간 최대 강수량이 45.3㎜로, 1980년대의 51.4㎜보단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순간 막대한 양의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는 행정기관과 시민이 대처하기 어려운 자연재난을 야기해 특히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천이 빠르게 불어나고 도로의 배수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그만큼 고립과 침수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1시간에 무려 114.9㎜의 기록적 폭우가 내린 지난 17일 서산에서만 50대 남성과 80대 남성 등 2명이 도로까지 범람한 물에 휩쓸려 숨진 바 있다.
학계에서는 국지성 호우가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는 흐름에 맞춰 강수량 예측부터 강수에 따른 각 지점별 수량·수위 실측, 실제 유관기관의 현장 대응 및 주민 대피까지 기존의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국지성 호우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며 "전체 비의 양도 중요하겠지만 최대치가 어느 정도일지를 굉장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뭄과 홍수가 극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어 수자원 관리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며 "첨단 장비를 활용한 예측과 실측, 대응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