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연구 결과에 가치를 부여하자

김대원 ETRI 클라우드기반 SW연구실 책임연구원

2025-07-20     충청투데이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면서 교수님께 배운 건 나의 연구 및 성과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었다. 어떤 생각의 구체화 과정에서 나온 연구 결과물은 나의 성과이긴 하지만 성과에 대한 가치화는 좀 다른 이야기이다.

좋은 연구 결과 성과는 어떻게 보면 나의 노력에 달려 있기도 하다. 다양한 논문, 특허, 표준화, 기술이전 등 연구 결과를 뽐내거나 자랑할 방법은 아주 많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가 100% 만족스럽지 못하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연구 과정의 논리에 대해 보다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그 연구를 얼마나 길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의 전공은 원래 하드웨어 칩 설계였다.

그리고 ETRI를 입사한 해에도 역시 서버플랫폼연구팀으로 TCP/IP 오프로딩 칩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 과제를 마지막으로 내가 소속한 연구 본부에서는 더 이상 하드웨어 연구에 대한 지원과 전망이 보이질 않았고, 나는 주 업무를 소프트웨어 개발로 할 수 없이 변경하고 2010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입사 이후 내가 가장 열심히 한 과제이기도 하고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 가장 생각 나는 건 갓 태어난 둘째가 밤에 울면 코딩하다가 우유 먹이고 또다시 코딩하고 그랬지만 그래도 그땐 피곤한 줄도 모르고,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던 거 같다. 이 무렵 개발된 클라우드 기반 가상 데스크탑 기술은 팀의 노력으로 여러 차례 기술이전을 통해 연구원 및 국가 우수 성과로 선정되었다.

내가 표준화를 시작한 때도 이 시기였다. 나는 표준화를 또 다른 나의 연구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기술 개발과 아울러 많은 특허 및 표준 특허 등을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내가 한 연구에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시기에 접한 표준 특허 창출 지원사업 또한 나의 특허를 표준이라는 성과를 통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그때 만든 특허들이 꾸준한 상용화 노력에 10년이 지난 지금 조금씩 산업계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정말 뿌듯한 맘이 든다.

이때 개발 과정에서도 우리가 만든 기술이 시장에서 제대로 열리기까지 10년 정도 걸린다는 말들을 많은 전문가들이 하곤 하였다. 다행히 나는 10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 같은 클라우드 분야의 일을 계속하고 있어 어쩌면 나는 운이 좋은지도 모른다.

비록 앞서 이야기한 연구원 초반에 있었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큰 방향 전환으로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같은 분야에서 꾸준히 10년 이상을 연구하고 있어서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원에 있어 보면 자신의 연구 분야가 과제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많이 본다. 같은 연구자로서는 매우 안타깝기도 하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과제가 사라지고, 그 분야의 과제 지원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건 연구원으로서 큰 좌절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미래를 향한 견고한 로드맵과 계획을 통해 연구원들이 꾸준히 나의 성과 및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위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더 이상 개발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로봇, 양자 컴퓨터, Space IT 등 미래 기술의 클라우드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이 시기가 나 자신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중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