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평]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
송오영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2025-07-17 충청투데이
매년 7월 중순이 되면 많은 비가 오는 듯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2년 전인 2023년 7월 15일, 그날도 엄청난 비가 왔다. 제방 둑이 터지고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충북도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궁평 제2지하차도가 급격히 침수됐고, 당시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14명이 사망했다.
오송참사에서 피해자들은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형제이거나 자식이었고, 평범한 일상이 진행되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악몽같은 곳에서 간신히 탈출한 16명의 생존자들 역시 죄책감에 힘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나기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날 새벽 4시경 홍수 경보발령이 있었으며, 참사 발생 2시간 전에도 차량통제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하천 범람이 예기된 상황 속에서 하천 옆 지하차도만 통제됐어도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권위에 근무하면서 많은 참사를 접했고 재난피해자에 대해도 고민해 왔다. 올해 7월 15일에는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오송참사 2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 사망자의 명복을 함께 빌고 유가족과 생존자의 절규를 들으니 마음이 더욱 아팠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국가의 존재 이유와 책임에 대해 묻는다. 대형 참사가 이어졌으나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여전히 절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2023년 ‘재난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권고’에서 재난 상황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길어질 경우 재난에 따른 1차 피해를 넘어 질병, 실직 및 경제적 곤란, 돌봄·보육·교육의 공백, 가족 관계의 훼손, 사회생활의 곤란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형 참사 때마다 이러한 문제는 되풀이된다. 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먼저 재난피해가 발생하면 유가족 등 재난피해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재난피해 수습 및 진상규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필요하다. 허위사실이나 혐오표현으로 인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 역시 피해회복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재난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유가족 등이 생계나 다른 걱정 없이 현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유기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이번 오송참사 2주기 추모식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 이것이 피해회복의 시작이라고 외친 유가족과 생존자의 말이 귀에 맴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인재(人災)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재난피해자가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 그것이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제1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