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5년, 새롭게 변화할 퇴직금 제도
장재훈 열린노무법인 대표노무사
2025-07-17 충청투데이
① 퇴직금 적용 기준 확대 연혁
퇴직금이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로, 현행법은 계속근로연수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이 퇴직금으로서 지급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근속기간 1년마다 1개월 월급이 법으로서 보장된 퇴직금인 셈이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퇴직금 제도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퇴직금 제도가 최초로 도입된 1953년 당시, 퇴직금 지급은 사업주의 ‘의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1961년 30인 이상 사업장 퇴직금 지급 의무화를 시작으로, 퇴직금 의무 적용 사업장의 범위는 16인 이상 사업장(1975년), 10인 이상 사업장(1987년), 5인 이상 사업장(1989년)으로 꾸준히 넓어져 왔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12월 1일, 퇴직급여보장법을 통해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퇴직금 지급이 의무화됐다.
② 현행 퇴직금 제도의 한계
모든 사업장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퇴직금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의 퇴직금 제도는 ①퇴직금 수급 방식 ②엄격한 지급 조건으로 인해 ‘퇴직 이후의 삶 보호’라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것은 ①55세 이상 등 여러 요건을 갖춘 근로자가, ②연금 방식의 수령을 원하는 경우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 결과적으로 퇴직 연금을 지급받게 되는 근로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일시금이 아닌 연금 방식의 퇴직금 수령 비율은 10.4%에 불과하다.
그런데 통계청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이다. 100세 시대로 불리는 오늘날 중장년층에게는 은퇴 이후로도 2~30년 이상의 생계유지 비용이 필요한 것이다.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한 중장년층의 투자 실패, 퇴직금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나 재취업 실패 등으로, 그들의 퇴직금 전부·대부분이 소진됐을 때, 남아 있는 그들의 ‘퇴직 이후의 삶’이 어떠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법상 퇴직금은 1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동시에 1년 이상의 근속기간을 지급 조건으로 정하고 있다. 오늘날 한 직장에서의 근속기간과 근로시간은 수시 이직과 근무형태 다원화로 점차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퇴직금 지급 조건은 여전히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퇴직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현재의 퇴직금 지급 조건은 온전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권리 보장의 사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산 이후 안정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여성, 기존 직장에서 해고돼 1년 미만의 계약직을 전전하며 자기개발에 힘쓰는 청년 모두 현행법에 따르면 퇴직금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
③ 2025년 퇴직금 제도의 변화
2025년, 새로운 정부의 시작과 함께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 퇴직금 지급 요건(근로시간, 근속기간) 완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발표됐지만, 앞으로의 퇴직금 제도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연금 형태로 퇴직금을 수령해 실질적인 노후소득을 보장받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퇴직 이후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것임을 짐작하기는 충분해 보인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넘어, ‘사는 맛 나는 퇴직 후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의 퇴직금 제도가 변화해 나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