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준 지인이 보험사기 가해자? 살인사건 항소심 주목
지인 누나 살해한 60대 1심서 징역 16년 선고 유리한 양형 이끌 만한 증거 채택… 결과 이목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돈을 빌려준 지인의 누나를 살해한 범인이 당초 숨진 피해자 등으로부터 보험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이 항소심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박진환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1월경 자신에게 2000만원을 빌려준 지인 B씨의 누나 C씨(50대)를 주거지에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 5월 1심에서는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채무를 갚기 위해 B씨에게 자신의 차량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C씨가 동생을 두둔하자 서운한 감정을 품게 됐다.
이에 그는 범행 당일 술에 취한 채 C씨의 집에 찾아갔고, 그에게서 욕설을 듣자 격분해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이용해 숨지게 했다.
그런데 이날 항소심 첫 재판에서 A씨가 사실은 B씨와 C씨 등 보험사기 일당의 피해자라는 내용의 증거가 채택됐다.
A씨가 B씨에게 돈을 빌린 것은 앞서 지난해 음주운전 무마를 위한 교통사고 합의금 3000만원을 구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는 보험사기 일당이 A씨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A씨가 C씨에게 채무를, B씨에겐 차량을 건네며 서로 갈등이 깊어졌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B~C씨와 관계된 보험사기를 살인의 단초로 볼지 주목된다.
지난 1심에선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A씨의 교통사고를 제3자 사이에서의 일로 봤고,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서운한 말과 욕설을 들었다는 사소한 이유로 홧김에 살해했다”고 판시했다.
양형 부당을 이유로 쌍방이 항소한 이번 사건에서 검사 측은 이례적으로 현재 A씨가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 수사받고 있는 내용 등 그에게 유리한 양형 요인을 증거로 제출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지난해 음주 사고는 피해자와 관련된 자가 고의로 낸 것으로 밝혀져 A씨를 피해자로 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만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흉기는 피해자가 집에서 발견한 것으로 계획 범행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사고 당시 112, 119에 직접 신고하고 자수했다. 남은 인생을 반성하며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달 13일 오후 4시30분 대전법원 제316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