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窓] 축력(畜力) vs AI

이한영 사단법인 세계골프지도자협회 이사장

2025-07-06     충청투데이

인공지능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문득 고등학교 시절 한문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한 일화가 떠올랐다. 과거 한 현인이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농부를 지켜보다가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축력(畜力)으로 편리하게 쟁기질을 하다 보면, 결국 인력(人力)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게 되지 않겠는가?"

당시에는 그저 흥미로운 고사로 들었지만, 지금에 와서 그 말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된다.


소를 이용한 농사, 즉 우경(牛耕)은 인간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농업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효율적인 경작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오늘날 관점에서는 오히려 친환경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처럼 보이기까지 한 우경을 당시 일부 깨어있는 지식인은 오히려 인간다운 삶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와 유사한 시선은 도가 철학자인 장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장자’의 외편 ‘천도’에는 제자 자공이 초나라를 여행하던 중, 항아리로 물을 푸는 노인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자공이 왜 더 편리한 두레박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노인은 이렇게 답한다.

"기계를 갖게 되면 기계로 인한 일이 생기고, 그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기계에 사로잡힌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 마음이 생기면 순진하고 결백한 본성이 사라지고, 결국 정신이 흐트러지게 됩니다."

장자는 이러한 인위적인 마음, 즉 ‘기계심(機械心)’을 경계하며, 도구나 기술에 몰두할수록 인간 본연의 본성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수천 년 전의 통찰은 오늘날 AI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얼굴 인식, 자율주행, 챗봇, 음성 인식, 생성형 인공지능 등은 인간의 수고를 줄이고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술이지만, 그것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몰입할 경우 인간의 주체성과 사고력, 도덕적 판단은 점점 희미해질 수 있다. 장자가 경계한 기계심은 이제 AI심(AI心)으로 이름만 바뀌어 현대를 지배하는 감정이 되어가고 있다.

AI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고한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주체성을 잠식할 위험도 안고 있다. 기술은 양날의 검이며, 그 날을 어디로 휘두를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거부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누가,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가이다. 장자가 진정으로 경계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 사로잡힌 인간의 마음이었다. 기술을 도구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기술에 지배당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의 빠르기가 아니라, 그 속도를 따라가는 우리의 철학이다. AI 시대에도 인간다움과 성찰, 본질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장자가 말한 ‘도(道)’에 다가가는 길이자, 기술을 진정한 ‘진보’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