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이른 장마 종료에 건강관리도 ‘비상’… 온열질환 주의보

이형석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2025-07-06     충청투데이

기상청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사실상 장마가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장마 기간은 1994년과 함께 역대 두 번째로 짧았다. 장마가 빨리 끝난 만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선 체감온도 33도 내외의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온열질환이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온열질환은 피부에 뾰루지나 물집이 생기는 땀띠부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근본 원인은 체온이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는 데 있다. 특히 수분이나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거나 더위 속에서 무리한 작업이나 운동을 지속하면 그 위험성은 배가된다.

이 질환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특히 노인층에서 취약하다. 나이가 들수록 땀 분비량이 줄고 피부 혈류량 조절 능력도 감소해 열을 효과적으로 내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해 위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어 탈수나 열사병 위험이 높다.


온열질환은 증상에 따라 구분된다. 먼저 열경련은 고온 환경에서 활동 후 팔, 다리, 복부 등에 근육 경련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수분만 보충하고 전해질 섭취가 부족할 때 발생하기 쉽다. 열 실신은 장시간 서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발생하는 일시적 의식 소실 상태로, 탈수와 혈압 저하가 원인이다. 발생 시 다리를 들어 뇌혈류를 회복시키고 시원한 곳에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열사병은 초기에 가볍게 시작되기 때문에 ‘조금만 쉬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위험하다. 체온이 계속 올라가면 뇌 손상, 간·신장 기능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식 저하, 발작, 호흡 이상이 나타난다면 119 신고나 응급실 방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고온다습한 환경과 무리한 활동을 피해야 한다.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모자나 양산, 선크림 등으로 자외선과 열 노출을 줄여야 한다. 또 15~20분마다 수분을 보충해야 하며, 갈증을 느끼기 전에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단순한 물 섭취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 땀을 많이 흘렸다면 이온 음료나 소량의 소금을 통해 전해질을 함께 보충해야 한다.

여름은 어느새 성큼 다가왔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더위를 견디는 것도 일상이 된 지금,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