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마주봄’ 나·너·우리 마음을 잇다
[충남교육청-충청투데이 마음건강 캠페인] 아산 동덕초 고학년 생명존중 감정교육 ‘감정 표정 카드 맞추기’ 언어 표현 확장 ‘마음 날씨 캘린더’ 변화 인식·자기 이해 ‘친구의 마음을 들어요’ 경청·공감 태도 정서적 위기 대응력 키우는 예방 수업 학교-학생-가정 안전망 구축 출발점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초등 고학년 대상 생명존중 감정 교육 프로그램 ‘오늘, 마주봄’ 운영
충남 아산 동덕초등학교에서는 2025학년도 학생들의 마음 건강 증진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사회정서교육(자살예방)프로그램 ‘오늘, 마주봄’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역량을 키우며, 또래의 감정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생명존중 교육 프로그램이다. 본교에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 특성에 맞춘 6차시 수업을 운영 중이며, 이번 시간에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감정 마주봄’을 실시했다.
1회기 ‘감정 마주봄’은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친구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경청의 태도를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정서적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적절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기르기 위한 중요한 교육이기도 하다.
수업은 세 가지 주요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첫 활동인 ‘감정 표정 카드 맞추기 게임’은 표정 카드 속 그림을 짝지으며 다양한 감정을 구분하고 명명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눈, 눈썹, 입 모양에 따라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탐색하며 감정 어휘를 확장시켰고, 감정 표현이 얼굴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게임을 마친 후 학생들은 "눈과 입의 모양에 따라서도 마음이 다르게 보여요", "화났을 때 입 모양이 내려가요" 등 자신의 느낌을 구체적 언어로 표현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두 번째 활동은 ‘마음 날씨 캘린더’다. 학생들은 일주일간의 감정 상태를 날씨로 표현한 후, 해당 날의 상황과 감정, 행동을 연결지으며 감정의 흐름을 파악했다. 감정을 날씨라는 비유적 도구를 통해 구체화함으로써, 감정의 변화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활동지에 감정 스티커를 붙이며, "비가 오는 날은 친구와 다툰 날이에요", "맑은 날은 엄마랑 산책했던 날이에요"라고 기록한 학생들의 표현에서는 정서적 인식과 회복탄력성의 기반이 드러났다.
마지막 활동 ‘친구의 마음을 들어요’에서는 친구의 감정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길렀다. ‘경청 태도 체크리스트’를 통해 평소 친구의 말을 듣는 나의 태도를 점검한 후, 짝 활동을 통해 친구와 교대로 이야기하며 경청하는 연습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활동지와 마음 스티커를 활용하여 친구의 말에 집중한 자신을 격려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도 위로받는 경험을 하였다. "친구가 나를 이해해준다고 느껴졌어요",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등 활동 후 인터뷰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공감받는 경험’의 중요성과 감정 표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서적 안전망, 학교 안에서 시작되다
이번 생명존중 교육은 단순한 이론 전달이 아닌, 실제 생활 속 감정 표현 및 공감 능력 향상을 통해 정서적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건강한 또래 관계 형성에 기여하는 예방 중심의 수업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는 자아 형성과 또래 관계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는 시기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외부 환경에 민감해질 수 있다. 이 시기에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심리적 보호요인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업을 진행한 전문상담교사는 "위기 대응은 결국 평소의 작은 감정 표현 연습에서 시작된다"며 "학생들이 자신과 친구의 감정을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감정 마주봄’ 수업은 생명존중 교육의 실천적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번 수업 외에도 학기 중 다양한 사회정서교육 활동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학년별 교육자료 개발, 보호자 연계 상담 안내, Wee클래스 정서지원 프로그램, 또래상담 동아리 운영 등이 그 일환이다.
정서적 위기 대응을 위한 예방적 접근은 단순히 일시적 개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문화 전반을 감정 친화적으로 변화시키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오늘, 마주봄’ 수업은 그 변화의 시작점으로서, 학교-학생-가정이 함께 만드는 생명존중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천의 사례가 되고 있다.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감정이 부정적인 것이 아닌, 우리 삶에서 자연스럽고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했으며, 그 감정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건강한 방법을 익혔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살 예방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가 되는 마음 건강 교육의 실현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정서 성장 교육이기도 하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이 기사는 충남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