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의뿌리, 가족의 끈: 중국 24효 이야기에서 피어난 문화 풍경

[효문화신문]

2025-06-26     충청투데이
▲ 겨울에 잉어를 구하기 위해 얼음 위에 누웠던 왕상의 ‘와빙구리(臥氷求鯉)’ 공유마당 제공

 

예로부터 중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어 온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바로 ‘효(孝)’입니다. 이는 단순히 부모에 대한 공경을 넘어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과 존중, 나아가 사회 질서 유지의 근본 정신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러한 효 문화의 깊은 뿌리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고전이 바로 ‘24효(二十四孝)’ 이야기입니다.

원나라 시대 곽거경이 엮은 이 책은 과거 시대 효자들의 감동적인 행적을 담고 있으며,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중국인의 가족 문화와 명절 풍습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4효 이야기는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 속에서 발현된 다양한 형태의 효심을 보여줍니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직접 탕약을 맛보는 문황후의 ‘친상탕약(親嘗湯藥)’이나 가난한 환경에서도 쌀을 구하여 부모를 봉양한 자로의 ‘부미양친(負米養親)’ 이야기는 헌신적인 보살핌과 물질적인 봉양을 넘어선 진심 어린 효심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또한 겨울에 잉어를 구하기 위해 얼음 위에 누웠던 왕상의 ‘와빙구리(臥氷求鯉)’나, 모기에게 자신의 피를 내어주어 부모를 보호하려 했던 오맹의 ‘자문포혈(恣蚊飽血)’ 이야기는 극적인 상황 속에서 발휘되는 지극한 효심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24효 이야기가 중국인의 가족 문화에 미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핵가족화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중국인들은 여전히 가족 간의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특히 부모와 자녀 간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합니다. 이는 24효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숭고한 효행이 오랫동안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자녀들에게 부모 공경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시키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풍습 역시 이러한 효 문화의 연장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전통 명절에는 24효 이야기가 더욱 깊숙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설날과 같은 큰 명절에는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전통인데, 이는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과 존중을 강조하는 효 문화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어버이날과 유사한 개념의 중양절에는 노인들을 공경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24효 이야기에 나타나는 효자들의 마음을 되새기는 의미를 지닙니다. 멀리 떨어진 자녀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안부를 여쭙고 선물을 드리는 모습은 ‘회귤유친(懷橘遺親)’이나 ‘녹유봉친(鹿乳奉親)’과 같은 이야기 속 효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24효 이야기가 담고 있는 일부 내용이 시대착오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담긴 핵심 가치, 즉 부모에 대한 감사와 존경, 가족 간의 사랑과 헌신이라는 보편적인 정신은 여전히 중국 사회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중국인들이 끈끈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고, 전통 명절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효 문화의 깊은 뿌리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24효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이야기를 넘어 중국인의 가족 문화와 명절 풍습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정신적 유산입니다. 이 고전 속 인물들의 숭고한 효행은 시대를 초월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구성원 간의 사랑과 존중을 실천하는 삶의 지혜를 전해주며, 오늘날까지도 중국 사회 곳곳에 따뜻한 효의 향기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외국인주민통합지원센터 /티안마오잉(TIAN MAOYING)>

 

이달의 효문화 어록



●미셀 에켐 드 몽테뉴

"자기 아들이 아무리 옴쟁이거나 곱사등이라도 아비로서 그를 아들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자를 나는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애정에 도취되지 않았다면, 이런 결함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내 아들은 내 아들입니다."

"어린애들을 항상 가장 좋고 유익한 일로 지도하며, 우리가 어릴 적의 아이들 동작을 보고 경솔하게 짐작하고 예측하는 바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자식이란 부모가 지닌 육신의 조각들과도 같은 존재여서 좋든 나쁘든 부모의 모습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자식들을 덕과 좋은 표양, 그리고 고결한 습관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자식들은 장성하여 부모의 위안이 되고 가문의 영광이 될 것이다."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하는 일은 사실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들은 아버지의 존재를 연장하고 확장시키는 분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위해 살 듯이 아들을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자식이 아버지를 위해 애쓰는 것은 그렇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내리사랑이어서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랑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한 아버지가 백 명의 자식을 키울 수 있지만 백 명의 자식이 한 아버지를 모시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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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효 이야기-효자편

글·그림 : 정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