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경경찰 83인의 피와 혼

김흥준 충남 논산·계룡 담당 국장

2025-06-25     김흥준 기자
김흥준 논산·계룡 담당 국장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오늘은 6월 25일, 한국전쟁이 시작된 날이다.

이 날의 파도는 단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숨 쉬는 이 땅과 자유는 1950년 충남 강경에서 스러져간 83명의 경찰관이 피로 지켜낸 5일 위에 선 결과물이다.

1950년 7월 17일, 강경 전투는 전선이 무너질 위기 속에서 펼쳐진 소수의 결사 저지전이었다. 220여 명의 경찰관들이 북한군 정예 제6사단 1연대(약 1000명)에 맞서 18시간 이상 저항했고, 결국 83명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들이 버텨낸 ‘5일’은 단지 시간을 산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되돌릴 골든타임이었다. 낙동강 방어선 구축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이들의 희생이 제공했다.

역사학자들은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 5일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존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희생은 멈추지 않았다, 국가가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강경경찰관들의 희생은 오랜 세월 긴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 그렇지만 2024년 8월, 마침내 이들은 국가의 애도 속으로 돌아왔다.

논산시 등화동 ‘순국경찰관 합동묘역’이 국가관리묘역 제1호로 지정됐고, 충혼탑에 83인의 이름이 당당히 새겨졌다

2024년 7월 17일의 추모식에는 대통령실 정무기획비서관이 참석하여 국가 차원의 공훈 선양을 약속했다

국가가 이름을 불러준 지금, 그들의 불꽃 같았던 희생정신은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기억에서 실천으로, 희생정신은 살아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희생정신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강경전투를 한국사 교과의 중심 사례로 끌어올리고, 학생들이 묘역을 직접 찾아 체험하며 존경을 배우는 교육이 절실하다. 다큐멘터리, 연극, 웹툰, 전시 등을 통해서 시민들이 83인의 충정과 결단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 조직은 강경경찰관들의 희생을 단지 과거의 영웅담이 아니라 ‘현재의 경찰정신을 이루는 근본의 뿌리’로 삼아야 한다.

오늘, 6월 25일.

우리는 여전히 강경에서, 낙동강에서 피와 포화 속으로 뻗은 길 위에 선다. 83명의 경찰관이 결코 두렵지 않았던 그 날, 그들의 5일이 곧 75년이 됐다.

하지만 비석에 새겨진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하고, 삶으로 이어나갈 때, 비로소 그 희생이 살아 숨 쉴 수 있다.

그들이 흘린 피가, 우리가 살아갈 75년을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그날의 강경을 ‘수호하는 삶’으로 완성할 차례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