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과학기술이 미래다!
김서균 ETRI 기술창업실 책임연구원
2025-06-15 충청투데이
지난 6일, 신정부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책임 있고 유능한 미래지향적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I미래기획수석 신설은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중심의 국가 미래 전략을 상징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의 시각은 다소 복잡하다. AI는 과학기술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그 자체로 국가의 과학기술정책 전반을 대표할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한 비전과 인프라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엔진일 수 있으나, 동시에 정책의 중심축이 AI로 편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특히 이 같은 조치가 과학기술의 전략적 위상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걱정도 된다.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이 곧 국력’인 시대를 살고 있다.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경제·안보·외교·산업주권과 생존 문제까지 과학기술에 직결되어 있다. 이는 세계가 ‘기술패권 전쟁’을 벌이는 이유이며,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출연연에 몸담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피력하자면,
첫째, 과학기술은 산업경쟁력의 핵심이다. 첨단기술 분야는 미래 산업의 주축이며 이를 확보한 국가만이 글로벌 공급망을 지배한다. 과학기술 없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도할 수 없고, 수출경쟁에서도 도태될 위험이 커진다. 과학기술은 국가 생존의 기본 요건이다.
셋째, 외교 영역에서도 과학기술은 결정적 힘이 된다. 미국의 ‘Chip4’,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정책은 기술력 있는 국가만이 글로벌 동맹을 주도하고, 기술력이 부족한 국가는 블록 밖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제 과학기술은 외교력의 핵심이자 국제 질서 재편의 열쇠인 것이다.
넷째, 과학기술이 미래생존을 위한 열쇠이다.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수단도 결국에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과학기술은 생존 전략이자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다섯째, 인재 확보도 과학기술의 핵심 요소이다. 세계는 지금 기술 인재 쟁탈전에 돌입했다. 주요국은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 기반 인재 없이는 그 어떤 산업도, 미래 성장도 불가능하다.
AI는 시대적 흐름이자 전략 기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학기술 전체를 통합·전략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없이 단일 기술 중심의 수석직 신설만으로는 미래 전략으로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과학기술은 부처 차원의 정책이 아니다.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를 설계하고 세계 질서에 대응하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시대다. 따라서 과학기술혁신 전반을 통합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전략기획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과학기술 전체의 국정 위상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과학기술주권정부’를 선언할 시점이다. 과학기술은 단지 연구개발이 아니라 주권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정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앞세우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AI와 과학기술이 현실 문제해결과 국가 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조선 실학에서 말한 ‘경세치용(經世致用)’의 철학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이롭게 하는 실용의 지혜, 그것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