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탕평을 생각하라
최소리 대전본사 편집부 차장 (부장 직무대리)
2025-06-15 최소리 기자
[충청투데이 최소리 기자]
조선의 제21대 왕 영조가 있다. 무수리 출신 숙빈에게서 태어난 영조가 부친인 숙종과 형인 경종 치세에 성행했던 붕당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무수히 노력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영조의 부친인 숙종은 왕비와 후궁을 이용하며 남인과 서인을 끊임없이 경계했다. 인현왕후를 폐위하고 장희빈을 중전으로 앉혀 남인을 중용했다가, 남인의 세가 커지자 다시 장희빈을 폐위하고 인현왕후를 복위시켜 서인을 중용했다.
이때 환국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멸문의 직전까지 숙청했으니 말이다. 영조 역시 세제(世弟:왕의 동생)라는 후계자 신분이었음에도 서인에서 갈라져 노론과 소론으로 바뀐 붕당 때문에 목숨의 위협을 여러 번 받았으니 즉위 후 붕당정치 타파에 공을 들인 것도 이해가 될 만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경영진과 노동자…. ‘갈등민국’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대립을 겪고 있다. 이번 대선만 봐도 그렇다. 계엄으로 촉발된 조기대선은 선거운동 내내 정책대결이 아닌 네거티브로 점철됐고 종국에는 입에 담지 못할 혐오표현까지 등장하며 대통령 선거의 격을 실추시켰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후보 지지도가 극명하게 갈렸고, 이재명 당선인은 사상 최다 득표(17,287,513표·49.42%) 기록을 세웠지만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21대 대통령 이재명 역시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취임 일성으로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화합을 내세웠던 것처럼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승자(勝者)인 대통령부터 손을 내밀어야 한다. 갈등봉합에 앞장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후퇴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충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해수부 이전이 그렇다. ‘행정수도 완성’ 역시 이 대통령이 후보 때 여러 번 강조했던 공약인데 정작 행정수도 완성보다는 해수부 이전을 더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문어발식’ 공약이었던 제2중앙경찰학교 때문에 이미 지자체들은 유치 경쟁전에 나서고 있다. 화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치우침이 없으면 왕도가 탕탕하고 평평하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탕평처럼 치우침이 없는 정책운영이 필요하다. 중도와 실리를 중시했던 충청민이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조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