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단 한명의 아이도 혼자 울지 않도록"

홍희만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역본부 충남아동권리센터장

2025-06-04     충청투데이

"갑작스럽게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어디에도 기대지 못했어요. 밖에 나가거나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어서 입양을 생각했어요."

혼자 아이를 키우던 수현이(가명) 엄마는 생계가 어려웠고 도와줄 가족도 없었다. 막막한 시간을 보내던 중 입양 상담사가 전문 기관을 연결해 줬고 그때부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육전문가가 집으로 찾아와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돌봄 방법을 알려주고 엄마의 마음도 다독였다.

가정방문서비스는 부모 마음을 지지하고 아이 성장 발달을 확인하며 학대를 예방해 가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이런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


2023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123명이었고, 그중 249명은 사망했다. 일부는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살해된 경우도 있었다. 2022년에는 아동학대가 2만7971건 발생했는데 아동학대 가해자의 83%는 부모였고, 80% 이상은 가정 안에서 일어났다. 2023년 한 해 동안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50명이고 절반 이상이 6세 이하였으며 1세 미만이 가장 많았다.

정부는 아이를 버리거나 학대하는 일을 막기 위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마련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는 과정에서 실제로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위기 상황에 놓인 임산부나 청소년 부모는 여전히 사회에서 고립돼 있고 학대나 유기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생기기도 한다.

영국·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간호사·사회복지사·양육 전문가가 집에 정기적으로 찾아간다. 이들은 아이의 발달 상황은 물론, 부모 마음도 돌본다. 한국에도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과 ‘드림스타트’ 같은 제도가 있지만, 신청자만 이용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신청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권리와 안전한 양육 환경을 위해 가정방문서비스를 법으로 정하길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충남도와 1308위기임산부 충남지역상담기관, 충청남도가족센터, 충남세종사회복지관협회가 위기임산부 가정에 전문 상담가를 파견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국으로 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오는 10일에는 백혜련 국회의원과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사회적 안전망은 문제가 생긴 뒤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군가가 집 앞 문을 두드리며 "괜찮으신가요?"라고 묻는 제도, 그것이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