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우암산둘레길 망원경 ‘5개월째 정비중’

지난해 11월 1100만원 투입 2대 설치 사생활 침해 민원 접수에 덮개 덮어둬 시민·이용객 불만 목소리… 혈세낭비도 시 “이동·각도 조절 등 대책 마련할 것”

2025-05-27     송휘헌 기자
▲ 27일 청주시 청원구 우암산둘레길 전망대 인근에 설치된 망원경이 5개월째 사용불가라는 보호덮개에 덮힌 채 방치되고 있다. 사진=송휘헌 기자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청주 우암산둘레길에 설치된 망원경이 약 5개월째 정비 상태로 있어 시민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망원경의 잘못된 위치 선정에 비롯된 것으로 애꿎은 혈세만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암산둘레길을 자주 이용하거나 산책과 함께 망원경을 이용하려던 시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7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경 우암산둘레길 전망대 인근에 1100만원을 투입해 망원경 2대를 설치했다. 이후 약 2달 만에 정비를 핑계로 망원경 운영을 돌연 중단했다. 이는 지난 1월 6일 망원경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관련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시가 설치한 망원경이 우암동 등의 일부 주택가를 볼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을 접수한 시는 4일 뒤 망원경에 보호덮개를 씌운 뒤 ‘사용불가(정비중)’라는 문구를 걸어놨다.


이와 관련 우암산둘레길을 찾은 시민들과 이용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 A(40) 씨는 "인터넷 블로그를 봤더니 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초등학생 아이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함께 찾았다가 헛걸음만 쳤다"며 "둘레길이 조성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시설물을 정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푸념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주민 B(54·여) 씨는 "우암산둘레길 앞이 풍광이 좋은 산이나 바다, 섬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도시뷰인데 굳이 망원경을 설치했어야 됐는지 의문이 든다"며 "일주일에 2~3번 산책을 나오는데 망원경에 정비중이라는 글귀만 적혀있에 옥에 티 같다"고 꼬집었다.

시는 현장 확인 후 망원경의 이동이나 각도 조절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우암산둘레길을 찾는 시민이나 관광객에게 청주의 전경을 볼 수 있도록 망원경을 설치했다"며 "현재 업체와 기상이 좋은 날 밤에 현장 확인을 할 계획이며 이후 망원경의 각도를 제한하는 장치를 설치하거나 다른 곳으로 망원경을 옮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도 제한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에도 사생활 침해 등 민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해당 작업을 위해서 업체에 문의한 결과 7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