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치 상징’ 대학언론 예산 매년 축소… 작아지는 학생기자들
부수 축소·외부 취재 중단 등 활동 위축 발전 커녕 현재 상황 유지도 어려울 듯 전문가들 “재원 지원 방안 마련 필요”
2025-05-19 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권오선 기자] 충청권 대학언론 예산이 매년 삭감되면서 학생 자치와 학내 민주주의의 산실인 대학언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의 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대학언론의 기능 축소를 막을 실질적 재정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지역 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된 세입세출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충청권 대학(충남대·한밭대·한남대·배재대·공주대·선문대·충북대·한국교통대·청주대)의 대학언론 예산은 평균 약 28.8% 감소했다.
먼저 대전 지역거점국립대학인 충남대의 올해 대학언론 예산은 3035만 5000원으로, 지난해(6505만원)와 비교했을 때 무려 53.3% 줄었다.
충남대 신문방송사 예산의 지난 5년간 감소율은 약 59.3%로, 대전권 대학 중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밭대도 올해 대학신문방송국 예산이 4720만 4000원으로 책정돼 지난해 예산(5240만 9000원) 대비 약 9.9% 축소됐다.
배재대는 2021년 3680만원이었던 대학신문(국·영)·방송국 예산이 올해 2600만원으로 약 29.4% 삭감됐다.
한남대의 경우 5년 간 대학언론 관련 예산이 약 7.6% 감소했지만, 최근 3년 사이 유일하게 약 0.2% 소폭 상승했다.
충남권의 대학언론들도 예산 삭감 흐름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2021년 대비 올해 국립공주대는 올해 대학신문방송사 예산이 약 15.8% 감소했고 호서대는 2022년 대비 올해 22.5% 줄었다.
순천향대는 타 대학에 비해 대학언론 관련 예산액이 크진 않지만, 2022년 대비 올해 대학신문사 및 방송국 예산이 약 27.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충북대는 최근 5년간 대학언론 예산이 약 0.4%, 국립한국교통대는 약 30.7%, 청주대는 3년 동안 약 61.5%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대학에서 대학언론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학교 운영 자체도 어려워지고 있어 기자들에게 필요한 기자재 지원을 못 할까 염려된다"며 "학내 신문의 경우 부수나 면 수를 줄이고 있고 취재비용이 줄어 외부 취재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발전은 아니더라도 지금 상황으론 연명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대학언론에 몸담고 있는 학생 기자들 사이에서도 예산 삭감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된다.
대전권 대학언론에서 활동 중인 A씨는 "예산 삭감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기자들의 활동 범위도 줄어들 것이라는 압박감을 느꼈다"며 "활동이 줄어들면 독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져 기존에도 어려움을 겪던 인력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고, 또 예산을 줄이는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일명 ‘대학언론법’,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학언론의 독립성과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재정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승선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학언론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비상식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언론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방식은 더 고민해봐야 하지만 대학들이 적절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대학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소송 사례도 많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면책 규정도 추가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권오선 수습기자 ko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