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넘긴 ‘늦깎이 등단’… “눈물·웃음 가득한 글 쓰고파”

김태성 씨, 10회 직장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은 상상력 자유 허락된 공간… 치열한 즐거움”

2025-05-15     이대현 기자

[충청투데이 이대현 기자] "눈물과 웃음 가득한 글을 쓰고 싶어요."

충북 제천에서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50대 직장인 여성이 작가로 등단해 화제다.

주인공은 단편 소설 ‘상실’의 김태성(53) 씨.


그는 얼마 전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꿈꿨던 작가 대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지난 3월 투데이신문이 주최한 ‘10회 직장인 신춘문예’ 단편 소설 부문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 부문에선 총 출품작 153편(141명 응모)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아내의 실종으로 서사적 긴장 효과를 높인 전개가 돋보였고, 막힘 없이 읽힌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의 배경은 ‘네팔’.

소설 속에선 실제로 작가가 살고 있는 제천의 ‘의림지’도 등장할 정도로 일상의 친근함을 글 속에 곳곳에 녹여냈다.

작가로서 그의 ‘창작 DNA’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느릿하게 등교하던 어린 시절, 배꽃이 흩날리는 돌배나무 아래 누워 있던 추억은 그만이 가진 감성의 뼈대로 성장했다.

그는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꿈꿨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했고, 결혼 후 육아와 직장생활 속에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했다"며 "소설은 상상력의 자유가 허락된 공간이었고, 창조해 낸 인물들을 치열하게 살아가게 하는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선작 ‘상실’은 늦깎이로 등단한 그에게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사연은 이렇다.

그는 오랜 직장생활 중 얻은 두 달 간의 휴식 기간에 네팔을 찾았고, 네팔 지진 이후 고향에 아이들을 두고 한국에서 생계를 꾸리던 네팔인 부부와의 인연이 작품의 소재가 됐다.

김 작가는 "한 달 간 네팔에서 머물며 압도적인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 거리의 아름다움을 경험했는데 특히 카트만두 공항에서 떠오른 한 문장이 확장돼 ‘상실’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했다"고 떠올렸다.

작가로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그동안 써둔 단편을 모아 두 번째 단편소설집을 출간하고, 장편소설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날을 위해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부모님과 우리 7남매, 보물 같은 두 아들과 사랑스러운 딸에게 무한한 사랑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효서 소설가는 심사평에서 "두 여성을 잃었으나 정작 상실된 것은 자아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은 텍스트서사에 어울리는 아이러니와 존재론적 성찰을 너끈히 충족한다"고 평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