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카네이션 꽃말처럼 “선생님의 사랑 믿습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사회변화 속 교권침해문제 불거져 충북 상호존중운동 새로운 지향점 “교사 존중”·“학부모 감사” 현수막 “감사인사 넘어 서로에 대한 신뢰”

2025-05-14     이용민 기자
▲ 14일 청주 소로초 교정에 ‘학부모는 선생님을 존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충북도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스승의날이 5월 15일로 지정된 해는 1965년이다. 60년이 지나면서 스승의날 풍경은 예전과 달라졌다.

사회 변화에 따라 사제간 관계가 재정립되는 과정에서 교권 침해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교사의 권위가 바닥까지 내려간 요즘 충북에서 일고 있는 상호 존중운동은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14일 청주 소로초 교정에는 ‘학부모는 선생님을 존중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학부모회들이 내건 플래카드는 충북 지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충북에서는 2022년 이 같은 문구로 스승 존중 캠페인이 시작됐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학부모의 자녀교육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으로 화답한다.

윤건영 교육감은 최근 주간정책회의에서 "최근 충북의 한 지역에서 유·초·중·고 80여 개 모든 학교에 같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교사 존중 학부모 감사운동’이 이제는 그 지역 전체로 퍼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 더 일상화되고 충북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퇴직하거나 병중인 선생님들을 자발적으로 위문하면서 시작됐다.

1964년부터 ‘스승의 날’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1965년부터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스승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로 날짜를 정했다. 1982년부터는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전국의 학교·교직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확대됐다.

기울어진 양팔저울의 균형을 맞추려다보면 너무 많은 무게를 실어 반대편으로 기울어지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 학생인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은 약화됐고 최근에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 과도한 교권 침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이 방어적으로 변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선생님들이 아이들 지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우려할 정도다.

2023년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원지위법 등 교권 5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학부모 등에 의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는 지난 8일 ‘2024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총이 지난해 접수해 처리한 교권 침해 건수는 총 504건으로 나타났다. 2022년 520건, 2023년 519건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7일 윤 교육감이 제천 홍광초에서 가진 ‘교육활동 보호’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도 교사들은 학급 경영 중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민원이나 항의로 인해 교사들이 심리적·행정적으로 큰 부담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교총이 전국 교원 1만 13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19.7%에 그쳤다. 역대 최저이자 첫 10%대 설문결과다.

위축된 교사들이 최소한의 교과지도만 수행하게 되면 지적, 신체적 능력과 도덕성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도록 돕는 전인교육이라는 목표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당신의 사랑을 믿습니다’라는 붉은 색 카네이션의 꽃말처럼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의 역할을 믿는 ‘상호존중 운동’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이라는 흔들리는 저울을 잡아줄 균형추가 될 수 있다.

윤 교육감은 "선생님이 즐겁고 보람을 느끼며 자신있게 교단에 설 수 있을 때, 그 삶의 태도와 품격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그 영향을 받아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다가오는 스승의 날은 그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날을 넘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바탕 위에 선생님들이 ‘나는 다시 태어나도 교사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다시 가져볼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