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터뷰] “교권 침해는 교육의 위기… 실효성 있는 보호 조치·현장 적용 시급”
교육활동 보호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매년 5월 15일이면 학교마다, 교실마다 울려퍼지는 노래 가사를 다시금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등진 고 용산초 교사 사건이 어느덧 2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교사들이 체감하는 교권 회복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교육 현장의 분위기가 만연하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더불어 사회 인식 개선 등이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청투데이는 제44회 스승의 날을 맞아 대전지역 교원단체, 교육 전문가 등을 통해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견해 및 학교 현장의 문제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정책 의견을 들어보고 교육 현장이 나아갈 길을 고민해봤다. <편집자주>
김도진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 활동마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제기와 학생 인권에 대한 오해로 인해 위축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교사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와 명예훼손성 민원은 교사의 사기와 자긍심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 교권상담 통계에서도 학부모에 의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전체 상담 사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사실은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교권 4법’ 개정으로 일정 부분 법적 기반이 보완됐으나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제도와 실천 간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이로 인해 교사는 교육활동 중에도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부당한 구조 속에서 불안정한 지위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권과 교권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진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동복지법상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조항 개념 구체화,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경찰이 무혐의 종결한 아동학대 신고 건은 검찰에 불송치하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악성 민원은 단 ‘한 번’이라도 교육활동 침해로 규정하는 교원지위법 개정 등이 필수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제도적 보완과 함께 교육청과 학교 차원의 실질적인 실행 의지,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동반될 때 비로소 교사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교권 보호는 단지 교사의 권익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공교육의 품격을 지키는 공동의 책임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
“전교조 대전지부가 올해 실시한 교권 실태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사 61%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교권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 올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된 건수는 총 4234건이며 이 중 93%가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됐다. 교사들에게 교권 침해는 ’시한폭탄’이다. 단순히 특정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그치지 않는다. 교사의 수업 운영 뿐 아니라 학생 생활 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의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후 수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교육활동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교권 침해로 병가를 낸 교사들 중 상당수는 “학교로 빨리 돌아가고 싶지만, 해당 학생(또는 학부모)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우선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과 즉각 분리될 수 있도록 물리적 공간과 인력, 그리고 학생 교육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분리 방안이 아니라, 실제 작동 가능한 분리 시스템이 학교 현장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민원 대응 전담팀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부 관리자들은 분란을 피하기 위해 교사에게 일방적인 사과를 강요하거나,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교사를 보호하려는 관리자의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전담 대응팀이 설치되기를 바라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가 인정된 보호자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조치 역시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
“2023년 교권침해로 인한 교사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교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드러났고, 이후 법과 제도를 통해 여러 대책들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교권침해는 심각한 현실이다. 최근 백승아 국회의원실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발생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4199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약 1.6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최근 들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기준 초등학교에서만 704건, 유치원에서도 24건이 보고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학부모가 피신고자인 건수도 꾸준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체 신고 중 11%가 학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침해로 나타났다. 교권을 보호하고 교육 현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관리자 연수가 이뤄져 있어야 하며 사안 발생부터 교권보호위원회까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원스톱 교권보호 서비스가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해 교원에게 심리치료나 법률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교권은 교사만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가르칠 권리와 학생의 배울 권리를 아우르는 말이다. 교권 침해는 교사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큰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학생들의 배울 권리와 학교 공동체 전체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준다. 교권 신장은 교사 한 사람의 권리 회복을 넘어, 학생의 올바른 성장과 교육의 질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법적·제도적 장치와 현장에서의 실천이 함께 이뤄질 때, 모두가 존중받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조영희 대전교육과학연구원 연구위원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여고(현 강경고) 청소년적십자(RCY) 단원들이 병상에 계신 선생님을 방문해 위로한 것이 시초다. 이후 1963년 ‘은사의 날’이 제정됐고,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이 ‘스승의 날’로 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73년 한때 폐지됐으나 1982년 국가지정 기념일로 다시 지정되면서 교사와 교육의 가치를 기리는 중요한 문화적 상징이 됐다. 대전시교육청은 2016년 ‘에듀힐링센터 조례’를 제정한 이후, 현재까지 8차례에 걸쳐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을 추진하며 교사-학생-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교육 현장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전교육정책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드러났다. 대전 학부모와 학생은 교육활동보호와 교권침해에 대한 인식이 높았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소수의 교육활동 침해 사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교사와 교육활동의 존중이 전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교육활동보호가 진정한 스승의 날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활동보호는 단순히 민원을 제한하는 소극적 접근이 아니라 악성민원으로부터 학생과 교사, 교육현장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3주체(교사-학생-학부모)의 동반자적 책임과 의무에 기반한 상호존중교육, 시민 대상의 인식변화 캠페인이 필요하다. 홍보 및 체감도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 호주, 싱가포르 사례와 같이 교육활동보호 관련 민원처리절차를 단계화하고 민원 제기-과정-처리에 대한 상호 권리와 책임을 명시·강화하는 근본적인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