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은 만석인데 인근 가게는 텅텅”… 체류형 인프라 구축 절실
구장 인근 가게 매출 30-40% 줄어 구장 내부 소비 집중·당일방문 원인 숙박·주차 등 체류형 인프라 부재도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 “연일 관중 만석이라는 얘기는 들리는데, 막상 가게는 텅 비어있으니…아이러니하죠.”
대전한화생명볼파크 인근에서 5년 째 카페를 운영 중인 50대 상인 A씨는 올해 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었다. 신축 구장 개장에 방문객이 늘었다는 소식에 매출 상승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손님이 몰릴 것에 대비해 매장 내 테이블과 아르바이트 인력도 늘렸다. 하지만 경기 당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구장과 달리 가게 안은 한산했다. 하루 매출이 20만원도 채 나오지 않자 결국 늘렸던 인력은 다시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게 앞을 오가는 사람은 개미 떼처럼 많았는데 정작 우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거의 없었다”며 “지난해보다도 매출이 안 나와 속상함을 넘어 억울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한화이글스가 9연승을 달리며 대전 야구 열기를 달구고 있지만 인근 상권은 오히려 침체된 분위기를 보이며 파급 효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KBO의 일자별 관중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화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7일 경기까지 총 12경기 동안 1만 7000명의 관중을 유지하고 있다.
운용 좌석 1만 7000석 기준 매 경기 매진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 야구장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은 신구장 개장 이후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고 토로했다.
일부 점포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30~40% 이상 감소했고, 많게는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상인들은 구장 내부에서의 소비 집중을 꼽았다.
신축 구장 시설이 개선되면서 구장 내 식음료, 굿즈 소비가 늘다보니 팬들이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 일 자체가 드물어졌다는 것이다.
숙박 인프라가 미비한 점도 문제다.
인근 마땅한 숙박업소가 없는 탓에 대전을 찾은 원정 팬 상당수가 당일치기로 방문하며 인근 상권에서의 체류형 소비가 이뤄지지 못했다.
야구장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 송 모 씨는 “근처 모텔촌이 있긴 하지만 최근 재개발로 극히 일부만 남고 영업을 중단했거나 철거 중”이라며 “타지에서 직관을 위해 대전을 방문해도 숙박할 곳 자체가 없다. 저녁 식사나 다음날 오전, 점심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소비를 놓치는 셈이니 아쉽기만 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매출이 늘었다는 업주도 일부 있었으나 이는 상대적으로 구장과의 접근성이 좋은 업종에 국한된 경우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야구 인기로 인한 상권 회복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 지역 경제계는 체류형 관광을 도모할 요소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지역 경제계 한 전문가는 “신구장 개장과 야구 인기가 높아지며 관중 수가 늘었지만 유동인구와 지역 상권 매출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며 “숙박, 주차, 동선, 연계 콘텐츠 등 체류형 관광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