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기술 현실로… 자석으로 양자컴퓨팅 실현
KAIST 한미 연구팀, 핵심기술 실증 성공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미국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자석을 이용한 양자컴퓨터의 핵심 기술을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김갑진 물리학과 교수와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 일리노이대어바나-샴페인 캠퍼스(UIUC) 공동 연구팀이 ‘광자-마그논 하이브리드 칩’ 자성체에서 다중 신호 간섭 현상을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0과 1만 표현하는 기존 비트와 달리 정보를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를 계산 기본 단위로 사용해 기존 컴퓨터에 비해 연산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주목받고 있는 소재가 바로 마그논이다.
마그논은 자성 물질 내 양자 스핀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입자 형태를 뜻한다.
초저전력으로 여러 신호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고, 정보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비상호성’ 특성으로 노이즈 차단에도 유리하다.
다만 마그논은 전파 거리가 짧고, 파동의 간섭 현상인 ‘결맞음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 실제 양자 소자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과 마그논이 함께 작동하는 칩을 개발했고, 거리가 떨어진 자석 사이에서 신호를 전송하고 여러 개의 신호가 서로 간섭하는 현상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트륨 철 가넷’이라고도 불리는 2개의 자석 구슬 사이에 양자컴퓨터 회로로 쓰이는 초전도 공진기를 설치해 한쪽 자석에 신호(펄스)를 넣어 다른 자석까지 정보가 전달되는지 측정했다.
여기에 마이크로파 펄스를 나노초(ns, 10억분의 1초) 단위로 순간적으로 가해 맞은편 자석 구슬까지의 마그논 신호 전달을 측정한 결과, 손실 없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마이크로파 펄스를 반복해 가하더라도 펄스 간 시간 간격과 주파수를 정질하게 조절하면 마그논의 결맞음 상태를 제어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상에 없는 기술을 제안하라’는 KAIST의 글로벌 특이점 연구 사업에서 시작됐다”며 “고효율 양자정보 처리 장치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엔피제이 스핀트로닉스(npj Spintronics)’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각각 지난달 1일과 17일 자로 게재됐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