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병 ‘잔혹사’(殘酷史)

이재범·충남 천안담당 부장

2025-05-06     이재범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그야말로 용병 ‘잔혹사’(殘酷史)다. ‘K리그2’ 10라운드 경기까지 마친 시점에서 천안시티FC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처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재 천안이 보유한 용병은 3명인데 지난 시즌 도중 수원삼성에서 이적한 툰가라만 1득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 개막 후 영입된 파브레(세르비아)와 펠리페(브라질)는 골을 넣지 못한다.

가뜩이나 천안은 동계훈련 기간을 선수 계약 문제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보냈다. 전술훈련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제주에서의 2차 전지훈련에는 총 40명의 선수 중 25명만 참여했다. 시즌 초반 선수들 간의 호흡은 물론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 배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즌이 개막했지만 당시 용병은 툰가라 1명뿐이었다. 다른 팀들이 3~5명의 용병을 보유한 것과 비교됐다. “구단 프런트는 뭘 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렇게 부랴부랴 구한 용병이 파브레와 펠리페다. 그런데 이들은 전혀 용병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시즌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 선수 모두 5번 출전에 그친다. 그마저도 교체 자원으로 활용됐다.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전무하다.

국내 프로축구계에서 용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각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득점력’이다. K리그 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K리그2 득점 순위’ 10위권에 국내 선수는 단 1명이다. 나머지 9명은 모두 용병들이다. 인천의 무고사가 9득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류첸코(수원)와 가브리엘(충북청주), 후이즈(성남)가 각각 6득점을 달성했다. 천안 툰가라는 ‘71위’다.

천안 국내파 선수들의 득점을 향한 빌드업 과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상대하는 감독들 모두 전술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수준까지 오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마무리를 해줘야 할 용병들의 실력은 기대 이하다. 최근엔 출전 명단에서도 빠져있다. ‘기량미달’이 원인이라고 한다. 천안은 지난 시즌까지 모따와 파울리뇨라는 걸출한 용병들을 보유하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이는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핵심 자원의 이탈은 일찌감치 예고된 상황이었다. 구단 프런트가 과연 대체 자원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분석하고 준비했는지 궁금해진다. 대충 그때그때의 상황만 모면하며 버텼던 K3 시절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팬들은 어쩔 수 없이 지더라도 재밌게 지는 경기를 보고 싶어한다. 이제는 구단 프런트가 일을 해야 할 때이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