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단 정체성 발전시켜 충청권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 깨울 것”

[월요 인터뷰] 임상규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 피리 전공·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 활동 중앙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등 역임 명고명무 한성준 선생 후예 정통 국악인 국악원 7월 18일 10주년 기념 공연 300년 된 거문고·졸장만록 활용 무대 대전 접근성 좋아 예술 성장가능성 높아 국악 예술 투자·지원 통해 경쟁력 강화 국악단, 교육·지역 문화재 활용 활동 지역 문화 전반 이끌어가는 역할 기대

2025-04-27     김지현 기자
임상규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지난 3월 18일, 임상규 지휘자가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하 국악단)의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위촉됐다. 서울국악고와 중앙대학교에서 피리를 전공한 임 예술감독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활동한 정통 국악인이다. 지휘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중앙국악관현악단과 안산시립국악단에서 부지휘자와 상임지휘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임 감독은 평소 ‘국악의 세계화’를 강조해왔다. 국악이 세계적인 콘텐츠로 발전하는 것은 그의 오랜 소망이기도 하다. 충청투데이는 국악단을 통해 국악의 세계화를 이루고자 하는 임상규 예술감독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예술감독 겸 지휘자 위촉 소감은?

"새로운 과업을 향한 모험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국악단은 연주단·성악단·무용단으로 구성돼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을 선보여 왔고, 창작 관현악이나 오케스트라 형태의 음악도 함께 담당해 왔다. 국립국악원이 정악단, 민속악단, 창작악단, 무용단으로 나눠 운영되는 것과 달리 국악단은 이 모든 역할을 하나의 단체가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물론 어려움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공연을 보면 국악단은 매우 높은 기량을 보여줬다. 앞으로는 공연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과 자료 활용 분야도 함께 키워나갈 계획이다. 먼저 교육 부문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 오케스트라처럼,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반을 국악단이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악단을 통해 우리 악기와 소리, 무용을 배우며, 소통과 인성을 함께 익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는 약 300년 된 거문고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가야금 악보인 ‘졸장만록’이 보존돼 있다. 이는 국악원의 위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오는 7월 18일 열리는 국악원 10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이 두 보물을 활용한 뜻깊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임기 동안 국악단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시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단체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그동안 국악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강조해왔다.

"어려서부터 국악에 관심이 있었고 외가의 영향으로 피리를 하게 되었다. 명고명무 ‘한성준’ 선생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자부심이다. 대학 졸업 후 작곡과 지휘에 관심을 가지던 중 선배이자 스승인 이용탁 선생의 권유로 지휘를 시작했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공연과 페스티벌을 경험하며 시야가 넓어지고 국악의 글로벌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지역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글로컬 시대’에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악의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안산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 시절, 국악의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타 장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서울 홍대를 찾았다. 그곳에서 재즈, 인디밴드,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접하면서, ‘NEW조선통신사’, ‘월드오케스트라’ 등 국악과 다른 장르를 결합한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런 시도를 두고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타 장르와의 협업이 필수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악의 시장이 더욱 넓어져 세계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는 것이 소망이며, 그 안에서 문화예술의 가교 역할을 해내고 싶다."


-대전 국악 예술의 현황을 진단하자면.

"서해안 물동량 증가로 충청권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문화 수준도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새로운 문화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고 본다. 특히 대전은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과 여건이 매우 좋은 도시라고 판단한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위치한 만년동 일대에 문화예술단지가 조성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악과 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수록 시민들이 보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악단 역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음악으로 치유받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역 전통문화 예술의 발전 방향과 국악단의 역할은.

"도시의 전통문화는 그 지역의 역사이자 뿌리이며 정신이다.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자존심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안정적인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악단은 지역 문화 발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공연을 넘어, 교육과 지역 문화재의 활용 등을 통해 지역 문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국악단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대전시민들에게 한 마디.

"대전은 대한민국 중심이자 교통의 요지로 핵심적인 도시다. 이 도시에서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시민들의 자부심과 힘을 키워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대전시립연정국악원과 국악단은 지역민들에게 역사적인 의미가 깊다. 시민들이 국악단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들이 국악단을 통해 ‘문화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국악단의 노력이 문화 활성화와 건전한 사회의 초석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