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없는 나라, 몽골의 따뜻한 효 이야기

[효문화신문]

2025-04-24     충청투데이

바다가 없는 나라, 몽골. 그래서일까요?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바다를 보여 드리는 일이 몽골에서는 특별한 효의 한 형태로 여겨지곤 합니다. 올해 90세가 되신 외할머니는 인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하셨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바다를 보셨습니다. 그 순간, 외할머니는 "이렇게 큰 물이 있는 줄 몰랐다."며 어머니께 연신 감사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도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몽골은 예로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 간 예의를 중시해 왔습니다. 특히 식사 예절에 그 가치가 깊이 녹아 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가장인 아버지가 먼저 식사를 시작하고, 이후 다른 가족들이 나누어 먹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식탁에서는 어른이 상석에 앉고, 아이들은 어른 앞으로 손을 뻗지 않으며 대화 중 끼어들지 않는 등 기본적인 예절을 지킵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혀 나가는, 몽골인의 생활 속 효 문화입니다.

설날인 ‘차간 사르(Цагаан сар)’에는 가족 간의 존중과 감사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날 아랫사람은 어르신에게 양손을 겹쳐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어르신은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 "복 많이 받아라"와 같은 덕담을 건넵니다. 어르신이 집을 방문하실 경우, 가족들은 미리 나가 기다리며 정중히 맞이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몽골에는 자녀가 33세가 되었을 때 부모님께 감사를 전하는 특별한 전통도 있습니다. 이 시기는 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시기로 여겨집니다. 자녀는 부모님께 선물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부모님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인사를 드리는 모습은 매우 상징적이고 따뜻한 장면입니다. 어머니는 이 날을 위해 특별한 부위의 양고기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시고, 오랜 세월 쌓여온 사랑과 정성이 그 안에 담깁니다.

결혼 풍습에서도 몽골의 효 문화는 잘 드러납니다. 신랑 측은 신부 부모님의 허락을 정중히 구한 후, 신부의 집을 방문합니다. 이때 신랑 측 가족뿐 아니라 친척 어르신들도 함께 동행하며, 신부 측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성대한 식사와 술을 준비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결혼 전야제처럼 낮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파티가 열리기도 하며, 이는 단순한 결혼을 넘어서 두 가족의 깊은 유대를 다지는 중요한 전통입니다.

몽골에는 "부모님께 아침 이슬로 차를 끓여 드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꽃잎에 맺힌 이슬을 모아 차를 끓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는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만큼 효도란 쉬운 일이 아니며, 정성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이슬을 모으는 행위를 상상해 보면, 부모님께서 자녀를 위해 흘린 땀과 눈물, 희생과 사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몽골에는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많고, 조부모 세대는 손자손녀에게 옛 이야기와 속담, 전설 등을 들려주며 지혜를 전합니다. 저도 외할머니와 함께 자라며 조상들의 이야기, 옛 전래 동화, 전통적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야기로 전해지는 문화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세대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몽골에서는 조상과 친척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게 여겨지며, "9촌 안에서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신념도 있습니다. 결혼 전에 친척들이 모여 가계도를 그려보고 서로의 관계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이를 통해 혈연 관계를 명확히 하고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어떤 가족은 이 가계도를 책으로 엮어 후손들에게 물려주기도 하며, 이를 통해 가족의 역사와 뿌리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됩니다.

몽골의 효 문화는 단순히 부모에게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른을 존중하고, 가족의 뿌리를 기억하며, 사랑을 행동으로 전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저 역시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더 많이 웃게 해 드리고, 더 많이 모시고 다니며, 작지만 따뜻한 효도를 실천해 나가고 싶습니다.

<외국인주민통합지원센터 몽골어 통번역 상담사/철멍자야(Bayarsaikhan Tsolmonzaya)>

▲ 한국효문화진흥원의 2025년 세대공감 효·인성체험캠프 운영 모습. 한국효문화진흥원 제공

자라나는 마음에 효를 心다… 효·인성 캠프 시작

한국효문화진흥원(이하 ‘한효진’)이 지난 4월 15일부터 ‘2025년 세대공감 효·인성 체험 캠프’ 운영을 시작했다.

‘2025년 세대공감 효·인성 캠프’는 대전광역시교육청과 한국효문화진흥원이 연계하여 대전 지역 내 초·중·고 48교, 126학급을 대상으로 효(孝)와 예(禮)의 가치 및 인성 함양을 위한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2024년을 시작으로 올해 2년차를 맞는 ‘세대공감 효·인성 체험 캠프’는 한복 체험 및 예절 교육, 전통놀이, 효문화 전시 관람, 공예 등 초·중·고 학생별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이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문화와 효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효진 김기황 원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전 내 학생들이 효를 배우고 함양할 수 있는 인성 캠프를 운영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대전 내 모든 초·중·고등 학생들이 한효진 방문과 효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allzer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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