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경쟁’ 부추기는 PBS 제도… 대대적 개선 필요

[과제 수주 매달리는 연구자들] 과제수주 중심… 불필요한 경쟁 촉발 인건비 등 확보 위해 수주 활동 쏠려 정부 역할로 제도 개편 목소리 확산

2025-04-24     윤경식 기자
R&D.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 과거 연구개발의 성과를 유도하고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PBS 제도(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에 대해 이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PBS 제도로 심화되고 있는 불필요한 경쟁이 연구개발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 연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PBS 제도는 연구진이 프로젝트 단위 경쟁체제를 통해 연구과제를 직접 수주해 연구비와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로 1996년 R&D 투자의 효율성 제고, 성과 확대 등을 위해 도입됐다.

제도 도입 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 연구개발 현장에서는 PBS 제도가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PBS 제도가 기관과 연구자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선의의 경쟁이 아닌 연구비, 인건비 확보를 위한 개인 간의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제도 도입 후 경쟁방식이 연구기관, 부서 간의 경쟁이 아닌 개인의 경쟁으로 이어졌다”며 “PBS 제도를 통한 연구비 확보와 성과 평가 모두가 연구자들을 줄 세우는 개인의 경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관의 예산 중 출연금의 비중이 낮은 출연연의 경우 과제 수탁을 통해 인건비와 연구비 등을 확보해야 해 과제수주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실제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경영공시(2024년 결산 기준)에 등록된 출연연 22곳 중 출연금 비율이 50%를 넘기지 못한 곳은 15곳이었다.

이에 지난 21대 국회 당시, 출연연의 출연금 비중을 50%까지 보장해 안정적인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과기출연기관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인수위 시절부터 PBS 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실질적인 제도 개선 변화를 실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상근 공공과학기술노조 정책국장은 “PBS 제도 도입 당시,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을 선도하기보다 앞선 기술을 따라가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환경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의 기술을 이끌어가는 데 앞장서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처럼 경쟁을 통해 과제를 수주하고 효율성이나 경제성을 중시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부처 간의 이해관계, 정치적 논리 등의 개입으로 근본적인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결단력 있게 결정하고 추진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윤경식 기자 ksyoon110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