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부터 우주까지… KAIST, 과학기술 미래를 이끌다
[과학의 날 특집] 1971년 설립 연구중심 대학 자리매김 실패연구소·망한 과제 자랑대회 문화 도전·실패 시행착오 겪으며 성장 도와 세계 3대 AI 학회 논문 발표 글로벌 2위 창의적 인재 양성·해외 우수 인재 유치 1914개 스타트업 배출… 매출 약 36조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971년, 국가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이래,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자리 매김해왔다.
학문적 수월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인재들을 배출하며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KAIST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교육·연구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1년부터 KAIST는 ‘QAIST 신문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며 ‘국가와 인류, 지구를 위한 독창적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스스로 질문하고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글로벌 캠퍼스 확대와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통해 캠퍼스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술사업화 및 창업 생태계 고도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으며,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연구기관으로서의 신뢰도 또한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KAIST는 현재까지 1만7000여명의 박사를 포함한 총 8만1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왔다.
◆ 도전과 실패를 자산으로…KAIST만의 연구문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환경’은 KAIST를 상징하는 연구문화 중 하나다.
2021년 설립된 ‘실패연구소(CAF)’는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학습의 기회로 전환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망한 과제 자랑대회’는 학생들이 연구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낙오가 아닌 도전의 증거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 같은 도전정신은 실제 연구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은 2024년 금산인삼축제 마라톤대회에 로봇을 출전시켰으나, 37㎞ 지점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연구팀은 같은 해 11월 열린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42.195km 완주에 성공, 세계 최초 마라톤 완주 로봇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연구문화는 학문적 성취를 넘어 KAIST 고유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가와 인류, 지구를 위한 독창적 연구 중심 대학을 지향하며, KAIST는 ‘질문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 철학을 중심으로 캠퍼스의 국제화, 기술 창업 활성화,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1만7000여 명의 박사를 포함한 8만1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KAIST는 도전과 실패를 자산으로 삼으며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 AI부터 우주까지…5대 전략 기술로 미래 선도
KAIST는 AI, 반도체, 바이오, 우주, 에너지 등 5대 전략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세계 3대 AI 학회 논문 발표 수 기준으로 글로벌 2위, 아시아 1위(2024년 기준)를 기록하며 세계적 허브로 부상했다.
전산학부 김영환 교수팀은 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 효율을 30% 이상 향상시키는 최적화 기술을 개발해 NeurIPS 2024에서 주목받았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반도체공학대학원과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신설해 산업 수요에 직접 대응하는 교육·연구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바이오 분야 역시 융합 중심으로 확장 중이다. 대만 포모사와 협력해 난치성 뇌질환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암·면역학·나노소재와의 연계를 강화해 바이오 생태계의 융복합화를 이끌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술도 눈에 띈다.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팀은 미생물을 활용해 나일론 유사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화석연료 대체 가능성을 제시했고 같은 학과 최남순 교수팀은 15분 내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개발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KAIST는 19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우주기술 기반을 닦아왔다. 2024년에는 우주연구원을 출범시켜 소행성 탐사 및 극한 환경 기술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초소형 위성, 차세대 원자력 등 고위험 기술 분야에서도 독자 기술 확보에 나서며 국가 기술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창의 인재, 기술창업,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
KAIST는 과학기술 교육에서도 창의성과 융합성을 강조해왔다. 뉴욕대(NYU)와의 공동 캠퍼스 설립, AI 복수학위 프로그램, 글로벌 연구자 교류 등 국경을 넘는 교육·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KAIST 미술관 개관, 인재융합학부 신설 등을 통해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을 넓히며 교육의 다양성을 키워왔다.
이러한 시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3년간 학사과정 지원자는 61%, 대학원 외국인 지원자는 64.5% 증가했으며, 2025학년도 학사과정 지원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KAIST의 교육철학이 국내외 인재들에게 선택받은 결과다.
또한 KAIST는 국내 기술창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1914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했으며 이 중 90% 이상이 교수·학생 창업으로 연구실 기반의 창업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들 기업의 누적 매출은 약 36조 원에 이른다.
KAIST는 실리콘밸리와의 연계, 초기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 산학 연계형 벤처 육성 등을 통해 글로벌 확장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공공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KAIST는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 연구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과학기술 전초기지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