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진이야!”… 생존 기술 몸으로 배운 고사리손

계룡소방서 소방안전체험교실 아이들 눈높이 교육 호응

2025-04-16     김흥준 기자
▲아이들이 지진 발생 상황을 체험하며 책상 아래로 몸을 숨기고 머리를 보호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한 여성 소방관이 K-소화기 사용법을 설명하자, 아이들이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있다.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지진이 났어요! 머리를 보호하고 탁자 밑으로 들어가요!”

계룡소방서 체험관 안은 아이들의 진지한 외침으로 가득 찼다.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계룡소방서는 본부유치원 원아 90여 명을 대상으로 ‘소방안전체험교실’을 열었다. 단순한 이론 수업이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생생한 현장 체험 위주의 교육이었다. 목표는 단 하나, “아이 스스로 재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날 체험은 아이들이 손발을 움직이며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진행된 교육은 ‘지진 발생 시 대처법’. 모형 교실 안에서 진동 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은 가르침대로 머리를 보호하고 탁자 아래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책상 밑으로 숨는 건 이제 자신 있어요!” 아이들의 얼굴엔 어색한 긴장과 함께, 해냈다는 뿌듯함이 번졌다. 이어서 진행된 ‘119 신고 체험’에선 모의 상황극이 펼쳐졌다. 한 아이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119예요? 친구가 다쳤어요. 놀이터에서 넘어진 것 같아요…”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다. 응급 상황을 상상하며 감정을 이입한 듯했다.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연기 탈출 체험’은 아이들에게 특히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 연기로 가득 찬 어두운 공간, 비상등 불빛 아래를 따라 아이들은 손을 더듬어 장애물을 넘어 이동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서로 도와가며 끝까지 탈출한 아이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숨을 몰아쉬며도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이후엔 고층 건물 대피를 위한 ‘완강기 체험’이 이어졌다. 어린이용 완강기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내려오며 체험하는 아이들의 눈빛엔 긴장감이 돌았지만, 바닥에 두 발을 딛는 순간 “와, 나 해냈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마지막 코스는 ‘심폐소생술(CPR)’ 체험. 작은 가슴 압박 마네킹 위에 양손을 포갠 채 힘차게 누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교관은 “이론보다 중요한 건 실제로 해보는 것”이라며, 반복적인 훈련이 몸에 익어야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모든 체험이 끝난 후, 아이들은 소방 트릭아트 포토존 앞에서 소방관 복장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하루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동우 계룡소방서장은 “이번 체험교육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아이들이 몸소 익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체험 중심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안전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불과 몇 시간의 체험이었지만, 아이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놀이 같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교육. 계룡소방서의 소방안전체험교실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아이들에게 ‘생존의 기술’을 일깨워주는 값진 시간이 됐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