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AR부터 메타버스, 현실과 가상을 잇다

박상헌 ETRI 콘텐츠융합연구실 선임연구원

2025-04-13     충청투데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현실 세계 위에 컴퓨터로 생성된 가상의 정보, 사물, 영상을 실시간으로 통합해, 사용자가 오감을 통해 마치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홀로렌즈’는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하나의 시야에서 상호작용하도록 구현해, 우리가 눈앞의 현실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직접 보고 조작할 수 있는 환경을 열었다.

이는 어린 시절 만화 ‘드래곤볼’에서 등장하던 ‘스카우터’처럼, 상상 속 기술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다는 놀라움과 함께, 인간의 경험과 소통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매력에 이끌려 필자는 증강현실 기술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필자는 영상처리 전공을 바탕으로, 기기의 카메라를 이용해 디바이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주변 환경을 분석하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AR 글래스를 통해 공간을 비추면, 기기가 공간 구조를 인식해 가상의 객체를 실제 공간에 고정된 것처럼 보여주며, 사용자가 움직여도 객체가 자연스럽게 현실 속에 존재하는 듯 보이게 만든다.

필자가 소속된 연구원의 콘텐츠연구본부에서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관련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실제로 체험 가능한 콘텐츠 및 서비스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에는 책상 위에 놓인 모형 빙산을 이용한 증강현실 콘텐츠를 시작으로, 미니어처 스키장과 레이싱 트랙 등 다양한 디오라마 형태의 3차원 콘텐츠를 구현했다. 특히 2023년에는 팀원들이 개발한 여러 기술을 통합해 확장현실(XR) 기반의 몰입형 서비스를 제작했고,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기술을 직접 시연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뜻깊은 경험도 했다. 이처럼 필자가 연구하는 증강현실은 메타버스의 핵심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결합된 몰입형 디지털 공간으로, 한때 모든 산업의 화두가 되었지만, 기술적 완성도와 수익 모델의 부재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관심이 다소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애플,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관련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 등장한 혼합현실(MR) 기기들은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기업의 원격 협업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초실감 공간결합 프로젝트 ‘다봄(DAVOM)’을 제안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을 매끄럽게 연결하여, 인간과 기계 간의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며, 확장된 감각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산업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며, 국가 차원의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이제 메타버스를 단기 유행이 아닌, 점진적으로 성숙해가는 기술로 바라보아야 한다. 초고속 6G 통신망,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그리고 경량화되고 보급 가능한 AR·VR 기기의 등장은 메타버스를 다시 일상 속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핵심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면, 메타버스는 다양한 산업과 생활 영역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거품’이 꺼졌다고 실망할 때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할 시점이다. 메타버스는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