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교육청 파크골프 육성 구상 ‘급조’ 정황

지난 2일 市파크골프협회와 업무협약 체결 취재결과 별도 계획서·市와 협의 조차 없어 운동 장소 확보·학생 안전문제 등 과제 산적 시범학교 운영 구상 현실화 쉽지 않을 듯

2025-04-10     이재범 기자
천안교육지원청은 지난 2일 천안 도솔광장에서 천안시파크골프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천안교육지원청 제공.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뜬금없이 일선 학교를 통해 파크골프 종목을 육성하겠다는 천안교육지원청의 구상이 급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천안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교육지원청은 지난 2일 천안시파크골프협회와 ‘인성교육과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취재결과 이번 협약을 위한 별도의 계획서는 없었다.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끝내고 세부 계획을 마련한 뒤 일련의 과정 중 하나로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과 협약을 맺는 게 공공기관 행정의 일반적인 절차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담겨야 할 계획서도 미처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협약 이후 일선 초·중학교에 파크골프 종목을 운영할 시범학교를 선정, 운영하겠다는 것이 교육지원청의 구상이다. ‘3대가 함께하는 스포츠’가 목표라고 했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가족 간의 소통이 부족한 문제점을 파크골프라는 운동 종목을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이 운동할 장소 마련에 대해서는 파크골프장을 조성 중인 천안시 측과 협의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역에서는 ‘풍서천 파크골프장’과 ‘백석 파크골프장’이 조성 공사를 마치고 준공을 앞둔 상태다.

시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이 파크골프 시범학교를 운영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협회와의 협약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러한 구상은 교육지원청의 ‘2025 주요업무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올해 주요업무계획에 담긴 중점사업은 △‘천안의 얼’과 함께하는 인성교육 △변화와 성장 지원 수업나눔 문화 확산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교육국제화특구 뿐이다.

파크골프 종목 육성에 대한 내용은 최근 열린 회의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2025학년도 학교체육 활성화지원단 협의회’에 참석했던 한 체육교사의 입을 통해 파크골프가 언급됐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나온 공동 제안에 파크골프가 포함됐다는 게 교육지원청 측의 설명이다.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부랴부랴 협약이 체결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약이 단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한 ‘맹탕 협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동부가 아닌 스포츠 클럽 형태로 운영한다 해도 파크골프 시범학교에 지원하려는 곳을 찾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 장소 확보 외에도 경기장 이동시 학생들의 안전문제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아서다. 이처럼 급조된 파크골프 시범학교 운영 구상이 현실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안내하려다 보니 빠르게 진행한 측면이 있다”면서 “처음 시도하는 종목이어서 전문가와 소통할 필요가 있어 협회 측 도움을 받고자 연락해 협약을 맺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