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식 칠갑산 장승문화축제… 관람객 외면
수억 예산 들이고도 기대 못 미쳐 축제 내용 되풀이·콘텐츠 부족도 지역 특성 살린 새 콘텐츠 필요성
[충청투데이 윤양수 기자]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치러진 제 26회 칠갑산 장승문화축제가 한계점을 드러낸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대형 산불 피해지역을 고려한 축소된 개막식과 행사 진행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내용은 해마다 반복되는 형식에 머물러 있어 관람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축제 첫날은 우천으로 인해 예년 같은 관광객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고, 기획된 행사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장승 퍼레이드와 개막식은 기상 상황에 따라 축소되었고, 전통혼례식과 풍물굿 등의 주요 프로그램은 대체로 예년과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매년 반복되는 프로그램 구성과 인기 가수 초청 공연은 신선함을 결여한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축제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지역 전통문화의 확산과 장승 문화의 세계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축제 자체의 혁신적인 접근은 부족했다. 매년 같은 형태의 프로그램과 동일한 규모의 공연들이 반복되면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장승문화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통문화와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한 참신한 콘텐츠의 부족은 장기적인 관객층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환경 축제라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단기적인 성과에 그친 느낌을 주었다. 약 1t의 탄소배출 감축 성과가 있긴 했지만 이는 축제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먼 일회성 노력으로 비춰진다.
더욱이 장승문화축제가 '청양의 문화유산'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했지만, 축제는 단지 형식적인 변화를 주기 위한 모습에 그쳤다. 지역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진했다. "세계 속의 장승 문화 중심지"라는 목표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임호빈 축제 추진위원장이 "청양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곳으로 만들고 세계 속의 장승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비전은 이번 축제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문을 남긴다.
결국 제26회 칠갑산 장승문화축제는 축제의 전통과 본질을 지키려는 노력보다는 이미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축제를 바라본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앞으로의 축제는 관객들의 변화를 반영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새로운 콘텐츠의 도입이 시급하고 충고했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