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정찰된 위성들

강미란 수필가

2025-03-27     김진로 기자
▲ 강미란 수필가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버스를 기다리고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에도,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우리는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눈길을 스친다. 그것이 의식적인 것이든, 무심한 것이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일상을 이어간다. 그런 시선들은 때로는 우리를 지나치지만, 어느새 우리 안에 스며들어 우리의 모습을 빚어낸다.

청주시립미술관의 전시 ‘The Observers Are Observed (정찰된 위성들)’은 이러한 시선의 교차를 탐구한다. 그중에서 민성홍과 안효찬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규정되고,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용한 울림으로 전한다.

민성홍 작가는 도시와 개인의 관계를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펼쳐낸다. 도시는 우리의 발걸음과 시선이 얽히는 공간이다. 유리창에 비친 얼굴, 스쳐 지나가는 군중 속에 묻힌 나, 내가 보지 못한 채 지나친 누군가의 흔적들. 우리는 이 모든 것들 속에서 드러나고, 또 사라진다.


버스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 할 때, 나는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때로는 낯선 누군가의 일상에 공감하고, 때로는 익숙한 얼굴 속에서 나와의 접점을 찾는다. 하지만 동시에 나 역시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나는 관찰하면서도 관찰당하며, 서로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자리 잡는다.

안효찬 작가는 ‘디스토피아적 풍경’ 시리즈를 통해 서로를 평가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묻는다. 우리는 타인의 모습을 보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 시선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되돌아보는 일은 많지 않다. 작품 ‘우리 안의 우리’, ‘생산적 미완’은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바라보는 타인은 진짜일까, 아니면 나의 기대와 편견이 만들어낸 이미지일까?

그의 작품을 마주하며 생각한다. 우리는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 시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고 있는 것일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 시선 속에서 나를 찾고, 또 잃어버리곤 한다.

이번 전시는 서로의 시선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되묻게 한다. ‘누구나 관찰자가 될 수 있지만, 결국 그 관찰자는 관찰 대상이 된다.’ 우리는 때로 타인의 기대 속에 갇히기도 하지만, 그 시선이 우리를 결정짓도록 두지 않을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전시는 내게 조용한 깨달음을 남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존재를 더 온전히 이해하는 길이 아닐까.